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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영국 '웨스트엔드'의 잡다한 이야기

by 매들렌 2022.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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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End of London
웨스트 엔드

 

영국의 극장 거리(街)

웨스트엔드는 영국 런던의 중심가인 웨스트민스터와 캠던에 걸쳐 위치하고 있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어머니 격인 극장 거리다. 런던 중심가 중에서도 가장 중심가이지만 이름이 서쪽 끝인 이유는 원래 런던인 시티 오브 런던 서쪽 밖에 위치해있는 것에서 유래했다. 시티 반대편 동쪽 지역도 이스트 엔드(East End of London)라고 불리는데 분위기는 웨스트엔드와는 아주 다르다. 연극과 뮤지컬 공연의 본고장으로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들이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새로운 작품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극과 뮤지컬의 본고장이라고 떠올리는 곳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흥행 중인 뮤지컬의 명작들 - 예를 들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등 - 대부분은 이곳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미국으로 넘어간 작품들이다. 게다가 뮤지컬 명작들을 많이 제작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영국인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불리는 시상식이 '토니상'이라면 이곳 웨스트엔드는 '로렌스 올리비에 상'이 있다.

 

 

브로드웨이와의 비교

브로드웨이에는 메인 스트림인 '브로드웨이' 외에도 '오프 브로드 웨이',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라는 극장 시스템을 두어서 상업성보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 상연하고 있다. 뮤지컬 '렌트'의 경우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해 세계 각국에서 상연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2천 년에 들어와서 성공적으로 마약, 에이즈, 동성애를 다루었다. 박칼린이 모든 공연에서 연출과 음악감독 직을 맡아 무대에 올렸으나 국제적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기대만큼 흥행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승우, 정선아, 김호영 등 내로라하는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다. 아무튼 뮤지컬 '렌트'는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1996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작곡상, 각본상 그리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대기록을 써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기존에 흥행했던 작품들을 다시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웨스트엔드의 경우, 오프 브로드웨이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와 같은 시스템이 애초부터 없었던 관계로 실험적인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보다는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작품을 올려서 위험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펼친다. 

 

 

웨스트엔드의 잡다한 이야기

위치를 좀 더 설명하자면, 런던 트라팔가 광장, 국립 미술관으로부터 시 중앙의 텔레비전 송전탑을 잇는 차링크 로스 로드를 중심축으로 서쪽으로 피카델리 서커스, 동쪽으로 코벤트 가든(오페라 전용 극장)을 아우르는 지역의 별칭이다. 웨스트엔드의 극장은 50군데가 조금 넘는데 일반적으로 좌석 규모 500석 이상, 연중무휴로 연극을 상연하는 극장을 웨스트엔드로 분류한다. 이 지역 안에 있으나 이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웨스트엔드의 극장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례에 따라 셰익스피어 생가가 있는 옥스퍼드 북쪽 스트랫퍼드 업 폰 에이븐 시의 극장 세 곳(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본거지)과 런던 남부의 리치먼드 극장, 남동부의 그리니치 극장, 테임즈 강가의 국립 극장 등은 웨스트엔드에 포함된다. 

이곳은 아마추어 연극으로부터 각종 실험극, 정치극, 여성 연극, 장애자 연극, 어린이 연극 등이 끊임없이 무대에 오른다. 술집 2층을 무대로 꾸민 극장으로부터 창고나 빈 건물을 임대한 극장, 소방서나 낡은 교회를 개조한 극장에 이르기까지 무대 구조나 관객층 레퍼토리도 각양각색이다. 

 

웨스트엔드는 대규모 자본을 들여서 연극을 만들고 장기 흥행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는 '세계 최초로 연극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곳이다. 50여군데 극장이 언제나 일자리를 제공하며 예술가들이 장기간 기량을 닦아 직업적으로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말하는 장기 공연의 기준은 1년이다. 43년째 공연중인 '쥐덫'은 물론이고 1년이라는 벽을 거뜬히 통과하고 매 공연 좌석 점유율 90퍼센트 이상을 기록 중인 작품도 엄청나게 많다. 물론 이곳에서 주로 공연되는 것은 뮤지컬이다. 코미디 극장이나 듀크 오브 요크 극장, 윈드햄 극장 등에서는 나름대로의 수요가 있는 코미디, 문예극, 고전극 등을 공연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이나 리얼리즘 시대 이후의 고전을 보고 싶다면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런던 본거지인 바비칸 센터를 찾아가면 된다고 한다. 국립 극장에서는 민간단체들이 선뜻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주로 공연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뮤지컬은 주 8회 공연이 흥행의 관례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1회 저녁 공연을 하고, 화 수 목요일 중 적당한 날을 택하여 낮 공연을 한 차례 더 한다. 인기가 있는 작품들은 서로간에 낮 공연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팬 서비스를 한다. '마티니'라고 부르는 낮 공연은 비교적 표를 구하기 쉬우나 주연 배우의 성대 보호를 위해 대역 배우를 출연시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웨스트엔드는 현대 뮤지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 현재에도 팬들을 무한 감동을 주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이곳에서 제작되고 초연되었다. 그리고 뉴욕으로 건너가 런던과 동시에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감각적이고 섹스어필하며 쇼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대체적으로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명제를 담은 작품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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