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위대한 지성인들의 만남
전 지구적인 히트작 '오징어 게임' 속 숨은 빌런이었던 001번 오일남 역할의 오영수 배우님.
TV드라마, 예능, 연극,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시는 신구 배우님.
이 두 분들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할을 맡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와 함께 잡다한 논쟁을 벌이는 연극이다.
작가 C.S.루이스 역할은 이상윤 씨와 전박찬 씨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최근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오영수 배우님이 오징어 게임 이후 신중한 행보를 하신 끝에 선택한 작품이라서 기대가 크다.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 하지않는 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
영국이 2차 세계 대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1939년 9월 3일 오전 런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서재.
옥스퍼드 대학의 젊은 교수이자 작가인 루이스가 프로이트의 갑작스러운 초대를 받고 그를 찾아온다.
루이스는 자신이 쓴 책에서 프로이트를 비판한 탓에 그가 자신에게 보복하기 위해 불렀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신의 존재에 대한 루이스의 변증을 궁금해한다.
"히틀러는 유대인 탄압이 신의 뜻이라며 신과 자신을 동시에 떠받드는 군대를 일으킨 거요. 신은 늘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과 친구였지." 그의 공격을 젊은 학자 루이스가 능숙하게 받아친다.
"다른 관점도 있죠. 악은 오히려 선을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히틀러의 야비한 행동이 오히려 반대되는 가치의 필요성을 강화시켜주는 거죠."
"그래서 히틀러가 망치를 휘두르는 동안, 신은 그 망치질에 누가 살아남을지 기다리고 있는 거고만."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도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며 논쟁을 이어간다.
세계를 사로잡은 마성의 작품
20세기 무신론의 시금석,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20세기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
실존했던 인물들이지만 실제 한 번도 같이 마주한 적이 없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대본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2009년 초연 이후 2년 동안 총 775회 롱런 공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오프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연극상도 받았다.
미국 전역에서는 물론이고 영국, 스웨덴, 호주, 일본 등에서 무대에 올려졌고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20년 처음 무대에 올려졌고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Germain) 은 연극 외에도 영화, 텔레비전 시나리오를 쓰는 저명한 미국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건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대화까지 생생하게 표현하는데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작가 저메인은 '세 개의 컵'이라는 어린이 그림책도 썼는데 이것도 미국 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시키려는 엄마들은 이 책을 필수로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인기 있는 그림책이라고 한다.
지루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 그리고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
그런데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그저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티키타카에 저절로 깊이 몰입하게 된다.
프로이트의 말을 듣다가 '맞는 말이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루이스가 지지 않고 등판한다.
그러면 또 루이스의 말을 듣다가 '너도 맞는 말이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관객은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몇 번은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신은 있다고 믿지만, 프로이트의 말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 조차도 인간들이 참혹한 전쟁을 할 때 옆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신은 왜 같이 있어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옆에 신이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신의 존재 유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도 논쟁을 벌이는데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고 위트 있는 대사들로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지루할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요즘 최고점을 연일 갱신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공연할 때는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
이 연극, 꼭 관람하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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