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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소중한 추억이 된 연극, '잘 자요 엄마'

by 매들렌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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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오지헤 배우의 연극 잘자요 엄마 포스터
'Night, Mother' by Marsha Norman

 

모녀간의 소통 부재가 부른 비극

  

  미국 남부의 어느 초라한 시골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모녀에게 갑자기 위기가 닥쳐온다.

 

  이 위기는 딸 '제시'에 의해 시작되는데, 다락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녹슨 권총을 찾아내더니 어머니 '델마'에게 광고 전단의 한 구절처럼 나지막하게 오늘 자살하겠다고 내뱉는다.

 

  그리고 이후 90여분 동안 델마와 관객 모두는 제시의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처음엔 코웃음 치던 델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공포에 사로잡혀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딸의 자살을 막으려고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과거 사건들이 들추어지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등지려 하는 제시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델마의 기대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극작가 마샤 노먼, 그녀는 누구인가.

 

  '잘 자요 엄마'로 1983년도 드라마 부문에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그녀는 1947년 9월 21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했었다. 그녀는 훗날 루이스빌에 새로 설립된 Actors Theatre의 제작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샤는 Agnes Scott College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University of Louisville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루이스빌 타임스라는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 하기도 했다. 

 

또한 루이스빌에 있는 정신 병원에서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그녀의 글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그녀의 극작가로서의 첫 데뷔작인 'Getting Out'에 영향을 준 열세 살 소녀는 정신 병원에서 만난 아이였다.

 

게다가 마샤는 루이스빌의 J. Graham Brown School과 Prestonia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도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잘 자요 엄마'의 성공은, 초연했던 제시 역할의 캐시 베이츠(Kathy Bates)라는 스타 배우의 힘을 받아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녀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이 되었다.

 

이 작품은 현재 전 세계 연극배우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번안되어 세계 여러 곳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다.

 

그녀는 줄리어드 학교의 극작과 학과장이었으며 현재 미국 극작가 조합의 부회장이다. 

  

 

연극 클로저와 잘 자요 엄마의 공통점

 

같은 점이라면, 둘 다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종류와 형태는 다르지만, 잘 자요 엄마는 부모와 자식 간의 잘못된 소통과 몰이해로 인해 제시의 비극적인 자살로 끝난다.

 

클로저는 외로운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보여준다. 사랑이 엇갈리고 욕망이 엇갈리게 된 것도 소통과 이해의 부재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에서 올바른 관계 정립은 원활한 소통과 이해라고 생각한다.

 

 

실제 모녀 사이인 고 윤소정 배우와 오지혜 배우의 빛나는 연기.

 

내 나이 스물다섯 살 때 이 연극을 관람했다.

 

줄거리에 대해서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갔다. 실제 배우이면서 어머니와 딸 관계인 윤소정 배우님과 오지혜 배우의 멋진 하모니를 전적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줄거리를 몰랐기 때문에 극 중 오지혜 배우가 제시의 충격적인 대사인 '엄마, 나 오늘 자살할 거야.'를 나지막하게 내뱉을 때는 나도 너무 놀랐다!

 

델마 역할의 윤소정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정말 자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죽기를 포기하고 다시 삶에 희망을 갖게 될지도 몰라'라는 기대가 교차하는 기분을 경험했다.

 

하지만 제시는 결국 관객들이 걱정한 대로 자살하고 만다. 

 

커튼콜 시간 후 배우들과의 대화 시간에, 실제 모녀 사이는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너무나 사실적으로 감성 충만하게 연기하셨다.

 

소극장이어서 대화 시간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시간은 없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다고 여러 번 들었지만, 그날 공연이 내겐 너무나 만족스러웠기에 다른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윤소정 배우님은 2017년 패혈증에 걸려 사망하셨다.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된 연극, '잘 자요 엄마'. 아직도 그날 공연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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