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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사랑 때문에 죽은 소녀의 이야기, 발레 지젤<Giselle>

by 매들렌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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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지젤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낭만주의 발레 작품 중 최고의 걸작

1841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뒤, 1세기 이상이나 변함없는 성공을 누려 온 <지젤, Giselle>은 초연 당시에는 발레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발레 작품으로 찬양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시대 발레 상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발레는 정확한 동작을 기록한 어떠한 무보적 체계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연 때의 안무의 원형이 어느 정도 보존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전전하는 동안 기라성 같은 무용수들이 제각기 자기 고유의 힘과 특성을 유감없이 구사한 결과,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많은 변경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시인 고띠에가 '독일에 대하여'를 읽다가 윌리(Wilis)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극작가 생조르쥬의 협조 아래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찬사 받는 시나리오로 승화시킨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그를 매료시켰던 파리 오페라의 젊은 스타 그리지를 염두에 두고 완성시켰으며, 빼로트는 그리지와 남자 주인공인 루지엔 쁘띠빠를 위해 최상의 무용을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젤의 개정판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표절 무대가 184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되었고, 1848년 빼로트는 10년 동안 수석 발레 지도자로 봉사하고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그는 거기서 두 개의 개정판을 상연했고 쁘띠빠가 이를 보조했다. 

 

베노이스의 권고로 1910년의 두 번째 러시아 시즌에서 이 작품을 서유럽으로 되돌려 온 것은 디아길레프였고 이때는 카르사비나와 니진스키가 주역을 맡았다. <지젤, Giselle>의 인기는 빅 웰스의 무대와 안나 파블로바의 상당한 영향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녀는 러시아에서 이 역을 해냈고 1931년 사망할 때까지 자기 극단에서 이 작품을 지속시켰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지젤, Giselle>은 러시아의 발레 안무가인 마리우스 쁘띠빠가 조금 수정한 개정판이다.

 

 

 

 

사랑 때문에 죽은 소녀의 이야기

 지젤은 사랑의 배신으로 죽음에 이른 시골 소녀 '지젤'이 윌리(처녀 귀신)가 되어서도 사랑했던 알브레히트를 지켜내는 숭고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순박하고 명랑한 시골 소녀에서 배신에 몸부림치는 광란의 여인으로 변모하는 지젤의 상반된 연기와 푸른 달빛 아래 로맨틱한 무용복을 입은 윌리(처녀 귀신)들의 몽환적인 군무는 이 작품의 명장면이자 압권이다. 

지젤의 한 장면인 윌리들의 군무
ⓒ국립발레단

 

밝은 햇살 아래 포도 축제가 한창인 독일 농촌에서 지젤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알브레히트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마냥 즐겁기만 하던 이들의 사랑은 그 청년이 이미 약혼자가 있는 귀족임이 밝혀지면서 거짓으로 드러난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지젤은 광란 상태에서 심장마비로 죽어간다. 

 

2막에서는 관객들의 넋을 빼는 그 신비로운 윌리들의 군무는 지젤처럼 사랑의 배신으로 죽은 처녀들이 귀신이 되어 남자에게 복수하는 춤이다. 음침한 달빛 아래, 숲속에서 너울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당한 슬픔을 가슴에 담은 윌리들의 몸짓은 마치 공중에 떠있는 착각을 일으키며 발레블랑의 몽환적 매력을 한껏 선사한다.  

 

지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윌리들이 있는 숲속으로 들어온 알브레히트를 윌리들이 유혹하며 밤새 춤을 추게 하여 죽게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윌리가 된 지젤이 그런 윌리들을 막아서고, 쓰러진 알브레히트를 위해 그녀는 윌리들을 이끄는 리더 미르타가 자비를 내리기를 바라면서 그를 대신하여 밤이 끝나도록 춤을 춘다. 동이 터 오자, 윌리들은 모두 물러나고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알브레히트는 깨어난다. 그는 진심으로 지젤에게 사랑과 용서를 구한다. 그녀는 서서히 무덤으로 사라지고 그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막이 내린다.

 

 

 

 

지젤의 하이라이트 장면

국립 발레단의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이 등장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발레 작품이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다만 좋아하는 순위 중 첫 번째에서 밀려났다는 것이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2막에서 나오는 윌리들의 군무도 이 작품의 명장면이지만, 가장 주목하며 봐야 할 하이라이트는 알브레히트의 진실을 알았을 때 점점 미쳐가는 지젤의 모든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지젤 역할을 맡은 여성 무용수의 연기력이 절대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연기력이 떨어지는 무용수라면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가 없다.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지젤이라는 작품 전체가 무너진다. 

또 흥미로운 점은 2막에서 미장센 소품으로 로즈마리와 백합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로즈마리는 윌리들의 리더인 미르타가 들고 등장하는데 이것의 꽃말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이 로즈마리는 결국 지젤이 꺾어버린다. 백합은 알브레히트가 들고 윌리들의 숲 속으로 들어오는데 이것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다. 지젤이 왜 로즈마리를 꺾어버렸나로 인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안나 파블로바
지젤로 분한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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