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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세 명의 광대가 들려주는 한 편의 동화, 연극 환상동화

by 매들렌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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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환상동화 공연 포스터
환상동화, 21.12.12 - 22.2.12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들려주는 판타스틱 러브스토리

연극 '환상동화'는 세 명의 광대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사랑 광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애절한 사랑을, 전쟁 광대는 인간의 파괴 본능을 자극하는 전쟁을, 예술 광대는 영원불멸의 가치를 창조하는 예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서로 자기 의견만 주장하던 광대들은 결국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랑, 전쟁, 예술,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광대들이 릴레이 소설을 읽듯, 이야기를 만들고 주고받으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리를 잃어버린 피아노를 치는 남자, 한스와 시력을 잃어버린 춤추는 여인 마리를 창조해내어 전쟁터와 카페를 오가며 '환상동화'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전쟁광대는 이 커플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차가운 현실 속에 던져 놓아 좌절하고 절망하게 만든다. 한스는 전쟁으로 청력을 읽었고 마리는 시력을 잃었다. 예술광대는 그런 상황에서도 그들의 음악과 춤이 멈추지 않도록 만든다. 사랑 광대는 예술을 통해 교감하는 한스와 마리가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주며 사랑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전쟁광대는 '달콤한 환상은 현실의 비극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비웃는다. 사랑 광대와 예술광대가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가 한스와 마리가 행복해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끼어들어 사랑과 예술을 논할 수 없는 잔혹한 현실 속으로 다시 끌어들인다. 전쟁으로 비유되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세 명의 광대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우리에게 나지막하게 말해준다.

 

현실은 환상같고 환상은 현실 같다

현실과 환상. 나는 환상을 동경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같은 이야기를 동경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관심이 가고 재미를 느낀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 이야기니까. 하지만 실제 현실이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 가끔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환상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아닐까. 전쟁은 현실이 아니다, 현실보다 잔혹한 환상. 사랑도 현실이 아니다, 현실조차 잊어버린 환상. 예술도 현실이 아니다, 현실을 닮은 고귀한 환상. 환상도 현실도 모두 삶의 일부이며 둘 중 하나만 있는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경계를 넘나들며 힘들 때는 환상을 통해 구원받고, 즐거울 때는 현실을 통해 깨닫는다. 전쟁은 하나의 환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환상을 넘어 현실이 됐을 때는 웃음도 눈물도 없다.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 또한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환상과 현실처럼. 그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이니까.

 

꿈꾸는 자에게 그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사랑, 예술 그리고 전쟁은 계속된다. 그것이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또는 내가 환상이든 현실이든 꿈꾸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파괴도 창조도 가능한 걸 거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절대적인 힘에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현실을 변화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그 불투명 속에서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도 결국은 우리의 선택 중 하나이다.

나는 2019년 이맘때 배우 강하늘 씨가 사랑 광대로 연기했던 환상동화를 관람했었다. 그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었을 때니까 자유로웠다. 그때가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막 끝냈을 때였다. 솔직히 전에는 강하늘 씨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보고 반해서 연극도 관람했었다. 드라마 속 '황용식'과는 전혀 다른 사랑 광대가 거기 있었다. 그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와 무대라는 매체에서 배우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아주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지금 또다시 '환상동화'가 시작된다. 그런데 눈에 띄는 배우가 한 명 있었다. 전쟁광대 역할의 손호영 씨. 내가 알고 있는 그 GOD의 손호영이 맞는지 모르겠다. 분장을 진하게 해 놔서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홍보자료를 보니 맞는 것 같았다. 그가 연기를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나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김동완 씨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년 2월까지 연극 환상동화가 다시 무대에서 선보인다. 아직 보러 갈 계획이 없지만 손호영 씨의 연기력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면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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