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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생상을 만나는 한국의 파가니니,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by 매들렌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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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inist Yang, In-Mo
사진 김용호

 

 

생상을 만나는 한국의 파가니니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1위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5월 대전에서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생상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9년 만에 탄생한 우승자로 잘 알려져 있고,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전곡 연주 앨범, 또 지난해 발매한 <현의 유전학>이라는 앨범으로도 대중을 매혹시켰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역시 프랑스 오케스트라만의 아름다운 선율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데,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다비트 라일란트는 쟈크 메르씨에의 뒤를 이어 2018년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올해 초 코리안 심포니의 예술감독에 부임했다. 공연을 두 달여 앞두고 있다. 

 

 

 

 

지금, 양인모 20대

1995년 한국인 부모님 아래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양인모는 다섯 살 때 어머니의 추천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다. 

집에 음반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서 바이올린을 닮고 싶어 했단다. 바이올린을 닮아간다는 의미는 여러가지 연출이 가능한 악기인 바이올린이니만큼 만약 바이올린을 안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됐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한다. 

 

열한 살 때 이원문화센터 꿈나무 콘서트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졌다. 열세 살 때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서 그 음악성을 드러내며 주목을 받았고, 열다섯 살에는 KBS교향악단과의 무대를 통해 오케스트라 협연자로서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교육원을 졸업한 후 같은 학교에 영재로 입학하여 수학했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 교수를 사사하여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였다.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팝이나 재즈, 가요 등을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작곡가가 정해놓은 틀이라는 것이 딱히 없고 있다해도 클래식처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닌 장르이기 때문이다. 평소 로우 파이 장르에 관심이 있고 취미로 작곡도 하고 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아니란다. 언제나 작곡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한다. 

 

20대 후반의 나이로서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면 음악적으로 오랫동안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피아니스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악기들이 모여 실내악 앙상블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원전 악기 연주자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것이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꽤 자주, 의외의 장소에 깜짝 등장한다. 서울의 한옥마을, 강원도의 복합문화공간, 제주의 폐교, 울릉도 등등 국내외 대형 공연장에서는 수천 명의 관객과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그가 대안 공연장에서는 많아도 몇십 명 정도를 만난다. 심지어 무대는 없거나 아주 낮고 객석은 가깝다. 마치 마당놀이 무대와 비슷하다. 꽤 이전부터 그는 이런 낮고 가까운 무대를 찾아다녔다. 그 경험에서 나름 아주 많은 값진 것을 얻었다.  그는 오히려 그때가 예술과 비즈니스가 분리되는 유일한 순간이라서 좋단다. 다양한 장소에 가서 연주를 하면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음악가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보람도 있다. 초등학생이든 양로원의 노인들도 상관없이 음악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장소도 야외가 많다 보니 그 부분에 적응하면서 그럴 때만 가능한 음악적인 표현들도 연구하게 된단다.

 

한편, 정해진 공연장을 벗어난 연주를 반대하는 연주가들도 있는 반면에 그의 이런 행보는 그들과 대척점에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예술가에게는 항상 예술과 대중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데 그 간극을 설정하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니 각자 다르다. 그는 예술가가 아주 유연한 태도를 가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때, 스스로의 연주도 그만큼 더 깊어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스스로 경험하고 터득했다.    

 

 

 

바이올린을 들고 웃고 있는 양인모
Violinist Yang In Mo

 

사람을 이해하는 만큼 좋은 연주가 나온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그들이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지, 그런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생각하다보면 스스로의 음악도 조금씩 바뀌게 된단다. 음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5월 대전 공연에서는 생상의 협주곡 3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도입부 G현만을 이용한 굵직한 멜로디부터 3악장의 화려한 아르페지오까지 바이올린의 매력을 마음껏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1악장 2주제와 같이 서정적인 부분에서 연주자는 자기만의 운지법과 슬라이드 등을 통해 음악적 취향을 나타낼 수 있는데 이건 베토벤이나 브람스 협주곡과 같이 형식의 무게가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곡에선 훨씬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생상의 협주곡에서 연주자의 끼와 재량은 곡의 구성에 있어 어느 정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바로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재미와 충족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바이올린을 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산책을 즐기고, 독일어를 공부하고,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매일 명상을 한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의외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남성 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가 잘 없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김영욱, 강동석 씨의 뒤를 이을 만한 차세대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기대가 크다. 그의 음악가로서의 성장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되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파가니니의 장(章)을 지나 지금 양인모는 어떤 장을 써내려가고 있는지 무대 위의 그를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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