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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2020년에 퍼블릭 도메인이 된 명작 연극, 느릅나무 밑의 욕망

by 매들렌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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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나온 느릅나무 밑의 욕망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느릅나무 밑의 욕망'

 

 

2020년에 퍼블릭 도메인이 된 명작 연극

퍼블릭 도메인이란 저작권이 소멸한 혹은 국제 조약 미가맹의 금지 조치 없이 사용 가능한 예술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을 통해 그간 수많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공연되고 베토벤의 음악이 연주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 공동 재산으로 인식된 명작들은 2차 저작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마치 세계 시민의 유산과도 같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21세기에 공연으로 재탄생하고,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가 새로운 음악이 되고, 셜록 홈스가 극장에서 날아다니고 헤드뱅잉을 하는 모차르트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퍼블릭 도메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의 뒤를 이을 수많은 작품 중에서 2020년이 되어서야 퍼블릭 도메인이 된 명작 연극이 있다.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 극작가로 손꼽히는 유진 오닐은 수많은 희곡을 집필했다. 그중에서도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충격적인 서사로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다. 

 

 

 

소유의 욕망과 갈등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은 나이든 아버지 캐보트, 장성한 아들 에벤, 그리고 새로 맞이한 캐보트의 아내이자 에벤의 새어머니인 애비가 있다. 각자 소유에 대한 욕망을 강렬하게 가지고 있으며 캐보트의 새 아내와 아들은 아버지를 배반하는 애정을 키워 애비는 에벤의 어머니가 되고 애인이 되고 아내가 될 여자가 되니, 1850년대의 사회 분위기로 보아서 이 작품이 공연 금지가 되는 풍파를 겪은 바 있음에도 사회에 대한 유진 오닐의 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의 작품 중 이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그의 자서전적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와 더불어 세계 연극사에 길이 남을 수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자연 속의 나무는 아름다움이나 평화스러움을 대변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폭풍우 속에 비바람이 몰아쳐 나무의 가지나 아름드리 나뭇잎이 소란하게 흔들리면 황량함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폭풍우도 없는 편안한 날이건만 느릅나무 밑의 캐보트 농가는 증오와 욕망이 교차하는 싸움터가 된다. 하지만 재산상의 욕망으로 치고받는 액션은 없다. 또 육욕적으로 에로틱한 장면도 없다. 캐보트가 에벤에게 가하는 기합이 있고, 에벤과 애비 사이의 키스와 포옹 등의 부도덕한 모자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유아 살해까지 있으니 연극적인 논란의 소지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강직한 노인인 아버지 캐보트는 청교도 신자로서 하느님의 계시를 표방하며 고집불통의 일 중독자이다. 하느님의 뜻으로 돌더미 황야에 풍요한 농지를 가꾸고 돌로 담을 쌓아올려 가정과 농장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세 명의 아들은 농장 속에서 노동에만 종사하는 생활양식을 강요당하여 캐보트는 그들이 증오하는 대상이 된다. 막내아들인 에벤과 새 아내 애비는 농장과 집에 대한 소유 욕망에 불타고 있으며 서로 대립하는 적으로 알다가 육욕의 매력에 이끌려서 순수한 사랑을 하게 되는 부도덕한 모자의 사랑을 연출한다. 그러나 극의 가운데에 서서 욕망과 욕망의 대상인 토지ㆍ집ㆍ돈ㆍ애정을 창출하고 실질적으로 극을 진행하는 것은 캐보트라는 고집불통의 청교도인 아버지다. 욕망이 교차하는 갈등의 원천을 만들고 그 가운데 서서 욕망의 싸움을 벌이다가 세 아들들과 새 아내를 모두 내보내는 캐보트는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 첫 소개 및 초연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평론가이자 극작가 및 연출가인 김우진 선생이다. 1926년 시대일보에서 처음으로 이 작품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연극으로서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1955년 12월 2일서부터 6일까지 극단 신협이 서른 아홉 회 대공연으로 시공관에서 이 작품을 초연하였으며 유치진 연출, 캐보트 역에 김동원, 애비 역에 백성희, 시미언(장남) 역에 박암, 피터(차남) 역에 장민호, 에벤(막내) 역에 이해랑이라는 우리나라 연극사에 굵직한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셨다. 이것은 진정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인 잔치였다. 지금이나 당시에나 매우 특이한 주제를 극화한 이 공연은 1956년 1월에도 재 상연된 바 있다고 한다. 

 

비록 수많은 막장드라마에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느릅나무 밑의 욕망>이 주는 무게감은 꽤 묵직하다. 이 연극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60여년 전에 상연되었던 이 작품을 최근에는 잘 상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 퍼블릭 도메인이 되어 공공의 작품이 된 만큼 자주 공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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