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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묘하게 닮은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 <정조와 햄릿>

by 매들렌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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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정조와 햄릿 포스터
정조와 햄릿. 2022.04.22-04.23 세종예술의전당

 

 

연극ㆍ무용ㆍ전통창작음악의 색다른 만남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같은 사건을 마주한 정조 이산과 햄릿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과 그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미 제목만으로도 엄청난 흥미를 이끌어낸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2016년 초연 이후 약 1만 5천 명의 선택을 받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매 년마다 국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감독을 주축으로 동시대 전통음악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창작국악과 연극, 현대무용이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단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에서는 사도세자의 죽음 앞에 어머니 혜경궁 홍 씨에게 원망과 효심을 동시에 품었던 정조와 갑작스러운 부왕의 죽음과 숙부와 결혼하여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 햄릿이 한 무대에서 조우한다. 

 

 

 

묘하게 닮은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정조와 햄릿

영조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가두라는 어명을 내렸다. 이제 열한 살이 된 어린 정조는 왕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가 된다. 그날, 어엿한 왕이 된 정조는 어린 정조와 만난다.

 

부왕의 장례 한 달 만에, 숙부와 어머니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햄릿에게는 부왕의 죽음보다도 더 참기 어려운 것은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의 행복한 웃음이다. 

 

죽지 않기 위해 미친 척을 해야하던 햄릿과 살기 위해 왕이 되어야 하는 정조가 만났다.  우리는 정조와 햄릿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해주고 싶다.

 

 

 

 

생사의 기로에 선 두 남자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공통점이 있는 정조와 햄릿을 대비시켜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들여다본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공통된 사건 앞에 선 정조와 햄릿이 극단적 상황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서로 다른 목적과 이유로 살아가는 주변 인물들은 어떤 갈등이 있는지 내밀한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기존에 구전되는 이야기를 시대에 맞는 주제와 해석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지어내는 '조각 맞춤'의 천재였다. 원형이라고 할 만한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는 그의 조각 맞춤 작품인 '햄릿'이, 이 공연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실존 인물이었던 '정조'와 새로운 조각으로 맞춰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신체극 'Orphee'로 데뷔한 후 수많은 유럽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을 만난 연출가 임선경 씨는 사유와 철학이 탄탄한 축을 이루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연출로 셰익스피어와 같은 '조각 맞춤'을 이어받는다. 함축적 대사와 사운드, 조명과 영상의 비주얼을 통한 이미지가 퍼즐을 맞추듯 극을 구성한다. 작품이 숨겨둔 사운드와 비주얼 이미지, 관객의 삶의 이야기가 만나 관객들은 저마다 새로운 조각 맞춤을 완성하게 된다. 그렇게 셰익스피어에게서 시작된 조각 맞춤은 관객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자유롭고 현대적인 전통음악을 들려주는 '상자루'가 음악감독과 연주를 맡았다고 한다. 상자루의 음악은 또 하나의 배우가 되어 비극에 동참하면서도 때로는 그들의 비극이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듯 장난스럽고 위트 있게 극의 중간중간에 개입한다. 때로는 앞날을 예언하듯, 때로는 인물을 놀리듯 배우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음악으로 극을 압도한다고 한다!  상자루는 이 작품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임선경 씨는 연출을 맡았다. 

 

2019년에 초연 이후로 재작년과 작년에도 이 작품을 상연했다고 들었지만 아쉽게도 한번도 관람하지 못했다. 다음 달 4월 22일과 23일간 세종 예술의 전당 개관 시즌 프로그램 중 하나란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어서 꼭 보러 가겠다.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본 사실은 극 중 햄릿과 정조가 같은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집필했을 거라 짐작하는 시기는 1600년대였고, 정조는 1752년에 태어나신 분이었다. 백 년 이상이 차이가 나서 둘은 같은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주변 상황이나 처한 처지가 묘하게 닮은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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