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회복을 위해 작곡한 작품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가단조는 원래 브람스가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상하고 있었던 작품으로 그가 이 곡의 형태를 바꾼 것은 그의 절친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브람스는 요아힘과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요아힘은 성악가였던 그의 아내와 브람스가 우정 이상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고 있었으며 부인의 공개적인 연주활동도 금하기까지 하였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요아힘은 브람스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호의를 보였다. 브람스는 소원했던 요아힘과 화해하기 위해 이 작품을 협주곡 형태로 바꿀 계획을 하게 된다.
1887년 봄, 스위스 베른 근처인 툰에서 머무르던 중 이중협주곡을 구상하면서 요아힘에게 그의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보내게 된다. '자네에게 예술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네. 그것에 자네가 흥미를 가져 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에 대해 요아힘은 바로 호의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답장을 보내게 되면서 그해 8월 전곡이 완성된다. 이런 배경으로 클라라 슈만은 이 작품을 화해의 협주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함께 브람스가 좋아하던 악기인 첼로를 접목하여 두 악기를 위한 소편성 협주곡 구성으로 고전주의 정신을 부활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적 교향곡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삼중협주곡의 영향을 받아 17-8세기 합주 협주곡 형식을 취하면서 당시 유행하고 있던 바그너의 대편성 작품에 맞서고 있었다.
사실 브람스로부터 이 작품의 작곡 구상을 듣고 클라라 슈만과 요아힘은 이것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클라라는 그녀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로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을 독주악기로 같이 한다는 것이 그리 좋게 생각되지가 않는다. 악기 자체도 광채가 없어 협주곡의 장래가 걱정된다. 이 곡은 작곡가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것이 되겠지만 신선하고 온화한 작품은 되지 못할 것이다.'
이 곡은 두 악기 모두에게 어려운 극한의 기교를 요구하고 있으며, 변화가 가장 풍부한 두 현악기로 연주하기 때문에 두 독주자의 연주력과 표현의 풍부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이다. 평론가 뉴만은 그의 저서인 브람스 평전에서 이 곡은 잊힐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수한 연주자를 만나게 되면 그 효과는 마치 스위스 베른의 창가에서 위풍당당한 알프스의 전경과 아름답게 펼쳐지는 빙하의 풍광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곡의 초연은 첼로 독주 부문에서 자문을 해주었던 요아힘 사중주단의 첼리스트, 로베르트 하우스만과 함께 요아힘이 바이올린을 브람스 자신이 지휘를 맡아 같은 해 10월에 이루어졌다.
이 곡의 구성
■ 1악장 알레그로 : 오케스트라의 격정적인 주제로 시작한 뒤 브람스가 요아힘에게 말을 걸 듯 첼로 독주가 텁텁한 저음으로 노래한다. 독주 바이올린이 카덴차를 연주하고 다시 대화하듯 첼로가 가담한다. 이어 젊은 시절 브람스와 요아힘이 즐겨 연주한 이탈리아 작곡가 비오티의 가단조 협주곡의 주제가 나타난다. 바이올리니스트 미샤 엘만이 말한 것처럼 이 주제가 나타나면 이 악장의 서정성이 정점에 달하게 된다.
■ 2악장 안단테 : 가을 석양이 질 무렵, 한가로운 전원에서 신선하게 부는 미풍을 느끼게 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우아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면서 호른이 메아리처럼 선율을 이어받는다. 다시 독주 악기들이 쓸쓸한 주제를 노래하고 목관과 함께 화음을 이루며 서서히 조용하게 사라진다. 피천득의 시집 <생명> 중의 시 '제 2악장'이 떠오른다.
■ 3악장 비바체 논 트로포 : 첼로 독주가 경쾌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먼저 노래하고 바이올린이 이를 반복하면, 관현악이 주제를 단조로 반복한다. 점점 선율이 정점에 달하고 힘찬 화음이 이어진 후 끝을 맺는다.
추천 음반
데이비드 오이스트라흐 &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조지 셸), 기돈 크레머 & 미샤 마이스키(빈 필하모닉/레너드 번스타인), 지노 프란체스카티 & 피에르 푸르니에(콜럼비아 교향악단/브루노 발터), 헨릭 쉐링 & 야노스 슈타커(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베르나르트 하이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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