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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뮤지컬 넘버가 멋졌던 작품, <싯다르타> 감상글

by 매들렌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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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싯다르타 주인공 박시환
주인공 싯다르타 역 박시환

 

우리나라 최초 인도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오늘 낮 공연의 출연진은 싯다르타 역의 박시환, 마라 파피야스 역의 윤진웅, 야소다라 역의 권미희, 슈도다라 왕 역의 박태성, 찬나 역의 한상욱, 우팔라와 나한 역의 안지현 그리고 어린 시절 싯다르타 역의 유석현 배우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싯다르타 역 박시환 씨와 야소다라 역의 박혜민 씨 그리고 마라 파피야스 역의 고유진 씨의 파트가 제일 보고 싶었지만 공연 일자를 맞추기가 엄청 어려웠다. 저녁 일곱 시 반에 시작하는 평일 공연은 귀가 시간이 새벽이 될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극장 뮤지컬은 보통 인터미션 20분 포함해서 최소 공연시간을 3시간은 잡아야 하고, 수서 역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정말 대전 집에는 새벽에나 도착할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오늘, 귀가하기에 부담 없는 낮 공연으로 보게 되었다. 아무튼 내가 아는 한, 인도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 작품이 최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불교 뮤지컬이라고 분류해서 말하고 싶진 않다. 인기 뮤지컬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작품을 가리켜 기독교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외로 <싯다르타>는 종교색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몇몇 넘버가 이미 스트리밍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섯 곡 정도 되었는데 마라 파피야스의 대표곡인 '모두 그대의 것'이라는 노래를 듣고 푹 빠져버렸다. 총 다섯 곡이 스트리밍에 있었는데 모두 내려받아서 질리도록 들었다. 생각보다 노래가 좋았고 그래서 느낌이 좋았다. '홀로 있지 않아', '바람은 어디서', '바람으로 강을 건너', '수행자의 노래' 가 묶음으로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었다. 보러 가는 날까지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들으면서 갔다. 물론 3시간짜리 뮤지컬에서 이 노래들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메인은 이게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각 장면마다 나오는 넘버들이 너무 좋았다! 1부가 지루했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주 흥미롭게 봤다. 인도 전통 복장이 무척 화려하고 예뻤다. 군사들과의 검무도 볼만했다. 주인공 싯다르타가 혼자 부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란 노래도 진짜 좋았다. 아버지 슈도다나 왕과 아들 싯다르타가 듀엣으로 부르는 '두 예언'이라는 넘버가 아주 드라마틱했다. 하지만 역시 2부가 최고이긴 했다. 마왕 마라 파피야스가 부르는 넘버들은 정말 록 스피릿이 충만한 것들이었다. '이 곳은 나의 세상'으로 포문을 열더니 '모두 그대의 것'에서 소름 돋게 만들었다. 마지막 '돌아와'에서도 록이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큰 것을 얻은 느낌이다.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뮤지컬 넘버 CD를 내놓은 것을 보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사버렸다.


아쉬웠던 점

제작비가 부족했던지 무대 미술에서 좀 더 볼거리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일부이지만 1부가 지루하다는 사람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할 듯하다. 나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아닌 사람도 있으니까 최대한 니즈를 맞추는 것도 상업 뮤지컬에서 중요할 것이다. 슈퍼스타K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 박시환 씨 무대를 골랐는데 연기는 실망스러웠다. 극 중 싯다르타가 20대 초반의 나이로 설정된 것으로 아는데 대사 읊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영락없는 십 대였다. 노래는 그럭저럭 잘 부른 것 같은데 대사 처리는 정말 아쉬웠다. 야소다라 역의 권미희 씨는 더했다. 국악 가수라서 그런지 성악 발성이 부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대사 처리도 별로였다. 진지한 대사에서도 감정이 실리지 않았고 아이처럼 가볍게 읽고 지나가버렸다. 넘버 자체는 놀랄 정도로 좋은데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숙했다. 게다가 야소다라의 시녀인 우팔라 역할은 너무 출연 시간이 적었다. 반면 싯다르타의 시종인 찬나 역할은 그래도 꽤 마지막까지 비중 있게 나왔다는 점에서 우팔라 역할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야소다라의 권미희 씨 보다 우팔라 역의 안지현 씨가 노래를 훨씬 잘했다.


그래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

대극장 뮤지컬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뮤지컬 자체를 별로 즐겨하지 않아서 최근 본 것도 작년 연말에 본 소극장 뮤지컬 <초콜릿 하우스>가 마지막이다. 뮤지컬 싯다르타는 비록 오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가 옥에 티이긴 하지만 이 배우들을 피해서 관람한다면 아주 괜찮을 작품이다. 일단 음악과 넘버가 너무 좋다. 주인공 싯다르타 역할에 세 명의 배우가 포진해있다. 트로트 가수 신유, 뮤지컬 배우 박시원 그리고 오늘 내가 본 박시환 씨다. 신유 씨는 트로트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고 들었을 때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그분 공연을 본 사람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CD를 들어도 트로트 가수라는 것을 못 믿을 정도로 성악 발성을 노련하게 부르고 있었다. 남은 것은 대사 처리인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박시원 씨는 원래 뮤지컬 배우였으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야소다라 역에는 간미연, 박혜민 그리고 권미희 씨다.
아름다운 인도 전통 복장과 무용도 볼만했다. 그리고 인생과 마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왕 역에 마라 파피야스라는 이름을 부여해준 점이 좋았다. 대부분 마왕을 그냥 마왕이라고만 하고 이름까지는 잘 부여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다르다. 그리고 작명을 참 잘한 것 같다. 정말 마왕 느낌이 난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4월 3일 2시 공연이다. 이날 캐스트는 싯다르타에 박시원, 야소다라에 간미연, 마라 파피야스에 고유진 씨이다. 이날 다시 보러갈까 고민하고 있다. 벌써 시즌4이다. 매년 계속 수정해나가면 정말 대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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