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다한 공연 이야기

낭만주의 발레의 고전, <라 실피드>

by 매들렌 2022. 3. 29.
728x90

발레 라 실피드의 한 장면
La Sylphide

 

 

원래 발레는 남성만의 예술이었다

사실 발레는 남성만의 예술이었다. 발레를 궁중의 '연희'에서 '예술'로 격상시킨 것도, 최초의 직업 무용수도 남성들이었다. 화려한 테크닉을 개발하고 발레에 극적인 예술성을 부과한 것도 남성이었으며 대중의 관심을 처음으로 이끌어낸 것도 또한 남성이었다. 남성의 예술이었던 발레에서 되려 남성이 푸대접을 받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바로 '마리 탈리오니(Marie Taglioni)때문이다. 그녀가 1832년 '라 실피드'에서 마치 산들바람에 실려 나온 듯 발끝으로 미끄러지듯 무대 위에 등장했을 때부터 발레는 더 이상 남성의 춤이 아닌 여성의 예술이 되었다. 당시 전 유럽을 휩쓸던 낭만주의 시대가 발레에서도 그렇게 개막되었다고 한다. 발끝으로 서는 발레가 언제부터 처음 시도됐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아직도 분분하다. 마리 탈리오니 이전의 '파니 비아스'등이 1820년대에 이미 발끝으로 섰다는 기록과 석판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마리 탈리오니가 최초로 발끝으로 선 발레리나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1832년, <라 실피드>에서 발끝으로 무대에 등장하여 마치 천사처럼 무대 위를 누비며 낭만주의 시대의 개화를 알렸고 그녀에 의해 발끝으로 서는 테크닉이 완벽한 예술적 가치를 획득했다는 등 발레계의 혁명이 되었다. 

 

 

 

낭만주의는 여성 무용수들의 전성시대

오늘날 '발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는, 발끝으로 서는 포인트 기법, 잠자리 날개같은 아름다운 의상인 '로맨틱 튀튀'등 모두 마리 탈리오니를 시작으로 이 시기에 개발되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움과 발레를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로써 여성 무용수들의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낭만주의 발레 작품들은 1막에서는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2막에서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며 이때 하얀 색의 옷을 입은 요정들이 나타나 환상적인 모습을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식이다. 즉, 이 시대의 발레는 요정 이야기와 동화 같은 옛날이야기를 기본으로하여 요정들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일종의 도피처로서의 예술이 되었다.   

 

 

 

낭만주의 발레의 고전 <라 실피드>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 작품 <라 실피드>는 현존하는 낭만주의 발레 작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 중 하나이다. 초자연의 창조물과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주제로 다룬 낭만주의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실피드(Sylphide)는 공기의 요정이라는 뜻인 프랑스 어인데 가벼운 움직임을 위해 발끝을 완전히 세워 춤을 추는 포인트(pointe; 포앙뜨)기법이 도입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발레가 보는 이들에게는 정말 아름답지만 무용수들에게는 극한의 어려운 춤으로 탈바꿈하는 원흉이기도 했다. <라 실피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 배경은 1839년의 스코틀랜드 시골집이다. 

 

제임스는 에피라는 여자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든 그는 자그마한 날개가 달린 공기의 요정 '실피드'를 만나게 된다. 그는 실피드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약혼녀 에피가 오는 바람에 실피드는 놀라 사라지게 된다. 이후 제임스는 실피드를 찾아 숲으로 가게 되고 둘은 함께 춤을 추며 사랑에 빠진다. 그는 발끝으로 서서 날아다니는 실피드의 매력에 빠져 약혼자 에피를 버리게 된다. 그는 실피드를 매 순간 보고싶어서 붙잡고 싶었지만, 공기처럼 떠다니는 실피드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녀가 나타난다. 그 마녀는 제임스에게 "그녀를 붙잡고 싶다면 이 마법의 스카프를 어깨에 씌우라"고 조언해준다. 그는 실피드를 다시 만나 춤을 추었고, 그는 마지막에 그녀의 어깨에 스카프를 걸쳐준다. 하지만 그 스카프에는 독이 묻어 있었고, 실피드는 두 날개를 잃고 천천히 죽어가고 동료 실피드 요정들이 나타나 그녀를 하늘로 데리고 사라진다. 마을에서는 전 약혼자 에피가 다른 구애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망연자실한 제임스의 모습이 그려지고 막이 내린다.

 

라 실피드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는 무용수들
라 실피드의 한 장면

 

 

<라 실피드>의 명장면

라 실피드 작품을 감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 있다. 그것은 실피드가 날개를 잃고 천천히 죽어갈 때 동료 실피드들이 나타나는 군무다.  이 군무는 백색 발레(Ballet Blanc; 발레 블랑)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동료 요정들이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승천하는 이 장면은 세상 모든 발레 연출자가 가장 공을 쏟는 장면이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면이다. 이 작품이 인기를 얻게 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낭만주의 발레의 특징

낭만주의 발레의 안무 특징을 꼽으라면 요염한 자세와 깨끗한 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상체를 부드럽게 숙인 채 팔에는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아름다운 곡선과 그러면서 다리를 살짝 밀어주는 형태는 기가 막힌 선을 그려내는 낭만 발레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동작과 포즈로 선을 강조하게 된다. 결국 낭만주의 발레의 핵심은 우아함과 가벼움, 그리고 점프 테크닉을 통한 요정 같은 모습의 창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의 등장으로 발레는 정말 극강으로 추기 힘든 춤으로 발돋움 했다고 생각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