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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가장 강렬하고 도전적인 연극, 에쿠우스

by 매들렌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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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 공연 무대
EQUUS, the Pittsburgh Public theater

 

 

가장 강렬하고 도전적인 연극, 에쿠우스

에쿠우스는 1973년에 쓰인,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희곡이다. 이것은 정신병적, 종교적인 말에 매료된 청년을 치료하려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극작가 피터 셰퍼는 Suffolk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여섯 마리의 말의 눈을 멀게 만든 열일곱 살 소년에 관한 범죄에 대해 들었을 때 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 

그는 범죄의 세부 사항은 알지 못한 채, 사건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주된 행동은 일종의 탐정 이야기로, 아동 정신과 의사인 마틴 다이사트(Martin Dysart) 박사가 소년의 목적 의식과 씨름하면서 소년의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다가 소년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전체 이야기

<1막>

마틴 다이사트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그는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실명시킨 열 일곱살 소년, 알런 스트랑(Alan Strang)의 사례를 설명하는 독백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그는 또한 자신의 직업이 자신이 원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과 불모의 삶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드러낸다. 다이사트는 정상적인 생활로 적응할 수 있는, 그러나 문제아로 찍힌 젊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이 젊은 이들을 치료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그 가치에 대해 의심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헌신과 '예배'(반복되는 주제)가 없는 지루하고 평범한 삶으로 단순하게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알런 스트랑의 범죄가 극단적이었지만 존재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면 그러한 극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원 판사인 헤스더 살로먼(Hesther Saloman)은 다이사트가 알런이 한 일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믿고 다이사트를 방문한다. 병원에서 다이사트는 알런과 함께 진행하는 치료 프로그램이 진도가 나가지 않자 답답해한다. 알란은 일부러 tv 광고 음악을 흥얼거리며 다이사트의 질문에 답을 하지만 정직해 보이지 않는다. 다이사트는 알란의 부모를 따로 만나 상담한다. 그리고 그는 알란이 어릴 때부터 부모의 상반된 종교관으로 심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란의 어머니 도라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매일 그에게 성경을 읽어주었다. 하지만 아버지 프랑크는 신을 믿지 않기에 그런 아내의 행동에 늘 불만이었다.

 

다이사트는 천천히 알란에게 다시 질문으로 접근하면서 접촉을 시도한다. 그 무렵 다이사트는 알란의 아버지 프랑크로부터 알란이 침대 발치에 걸어둔 십자가의 폭력적인 그림을 파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프랑크는 아들 알란이 성경의 폭력적인 측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서 염려한다. 알란은 그 그림을 크고 어딘가 응시하고 있는 듯한 말의 눈을 그린 그림으로 대체했다. 

 

알란은 다이사트에게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머니가 읽어준 성경 이야기, 어머니가 들려준 말의 이야기, 서부 영화 그리고 말과 승마에 대한 할아버지의 관심을 통해 말에 대한 매력을 확립했다고 말한다. 알란의 성교육은 종교적 헌신과 결혼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만족을 찾을 수 있다는 어머니의 조언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기간 동안 알란은 사람이 아닌 말에 대해 성적 매력을 느껴 말의 두꺼운 털을 쓰다듬고 근육질의 몸을 느끼며 땀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 어느 날 한 기수가 그에게 다가와 말에 태워주었다. 알란은 몹시 흥분했지만 아버지 프랑크는 그것을 보고 아들 알란을 즉시 말에서 끌어내린다. 

 

다이사트는 알란에게 최면을 걸고 그러는 동안 그는 의식적으로 어린이를 살해하는 그의 무서운 꿈의 요소를 드러낸다. 다이사트는 공백을 채우고 질문을 함으로써 알란의 기억에 더 가깝게 접근한다. 알란은 말을 노예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지우고 말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17세가 된 알란은 전자 제품을 파는 상점에서 근무하지만 아름답고 자유분방한 또래의 젊은 아가씨 질 메이슨(Jill Mason)을 알게 된 후 그녀가 일하는 마구간으로 직장으로 옮긴다. 

 

다이사트는 마구간의 주인인 해리 달튼을 만난다. 그는 해리 달튼으로부터 알란이 '너제트'라는 이름의 말을 포함하여 마구간을 흠잡을 데가 없이 깨끗하게 유지하고 말을 잘 손질했던 일 잘하는 모범 직원이었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해리 달튼은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이다. 다이사트의 질문을 통해 알란이 '너제트'에게 에로틱하게 집착하고 비밀리에 그가 한밤 중에 벌거벗은 채로 너제트를 데리고 놀이기구로 데려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알란은 또한 자신을 왕처럼 생각하여 너제트를 타고 마구간의 말들을 몰아 적들을 파괴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2막>

 다이사트는 알란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을 먹으라고 준다. 그것을 진실의 약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것을 먹고 알란은 다이사트에게 질과의 만남을 공개하고 사건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알란에게 관심을 보인 질은 그에게 자신을 포르노 극장에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동안 알란의 아버지인 프랑크와 마주치게 된다. 알란은 아버지가 극장에서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하려는 말을 할 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알란은 성관계가, 모든 남성에게 심지어 그의 아버지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알란은 질을 집으로 데려다준다. 그런데 그녀는 알란에게 마구간으로 가자고 제의한다.

 

마구간에 간 질은 알란을 유혹하고 둘은 옷을 벗고 성관계를 시도한다. 그러나 알란은 마구간에서 말들이 '에쿠우우'라고 우는 소리를 듣고는 관계를 지속하지 못한다. 질은 알란에게 무엇이 문제냐고 묻지만 알란은 그녀에게 가버리라고 소리친다. 질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마구간을 나간다. 여전히 나체 상태인 알란은 말을 신과 같은 존재로 보며 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내 거야, 넌 내 거야! 난 너의 것이고 넌 너의 것! 너제트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어, 난 널 보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영원히 말이다!] 알란은 너제트의 크고 투명한 눈에 현혹된다. 자신을 감시하는 너제트와 말들에게 격분하여 말굽 파개로 말들의 눈을 찔러버린다!

 

마지막 장면은 치료의 효과가 인간성을 희생시키면서 그를 '정상'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그의 수행의 기본과 그가 하는 일이 실제로 알란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질문하는 다이사트의 독백으로 끝이 난다.

 

 

광기어린 알런 스트랑의 모습
Pittsburgh Theater

 

연극 에쿠우스에 있어서의 얼음과 불꽃의 뿌리

극작가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에 공연되었다. 그로부터 25년을 기다린 관객들이었다. 그래서 초연 이후 열광적인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그 연극이 바로 피터 셰퍼의 '에쿠우스'다. 

재미있는 일은 1973년 7월 6일, 영국 런던의 올드 빅 국립극장에서의 초연보다도 1974년 10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이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문자 그대로 폭풍 같은 성공이었다. 비평가들도 전례 없을 정도로 연극 에쿠우스의 등단을 환호했다. 당시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한 연극 평론가는 에쿠우스를 숨 막히는 추리 과정 속에서 신비의 정신세계가 되살아나는, 최근에 본 연극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진진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폭발된 침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에쿠우스의 성공은 서방에서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극단 실험극장이 1975년 9월 5일, 전용 소극장에서 알런 역할의 송승환 씨의 연기로 에쿠우스를 초연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에쿠우스의 알런 역을 제대로 소화하는 남자 배우는 연기 오디션을 볼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송승환 씨 이후 이 알런 역할을 한 사람은 배우 최재성 씨, 최민식 씨, 조재현 씨가 있었다. 최재성, 최민식 씨는 유명해지기 전에 이 역할을 맡았고 곧바로 연극판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조재현 씨는 어느 정도 대중의 인지력이 있는 상태에서 이 작품의 알런 역할을 맡았다. 그 이후 비교적 가장 최근에 배우 류덕환 씨와 정태우 씨가 알런 역할을 연기했고 다이사트 역할은 삼십여 년 만에 이 작품에 출연한 송승환 씨가 맡았었다. 아쉽게도 이 공연을 보지 못했다. 

 

에쿠우스는 실화를 토대로 하여 피터 셰퍼가 2년 6개월이나 걸려 창작한 희곡이다. 한때 영국의 법정에 커다란 충격과 파문을 던져준 스물 여섯 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 소년의 괴기적인 범죄 사실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극작가 자신이 밝힌 바로는 이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은 범죄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작가가 창작한 허구라고 한다. 그리고 그 범죄 자체도 자신의 생각대로 연극적 균형에 따라 변화시켰다고 한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연극 에쿠우스에서는 강렬한 대립과 갈등이 하나로 융합하고 승화되어 극적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두 개의 기둥이 불꽃을 튀기면서 희곡의 깊이와 폭을 더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장면, 한 장면이 무대 공간을 긴장과 서스펜스로 가득 채우게 된다.

 

 

 

극의 구성

자그마치 35장이나 되는 극의 구성에서 다이사트는 소년과 말과의 접촉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하는 점에서부터 진단과 치료의 메스를 날카롭게 가해 간다. 그가 엽기적인 범죄의 근본 원인을 캐감에 따라 우리는 이 작품의 구성 상의 특색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다이사트는 알런의 내면 상태를 플래시 백 기법을 구사하여 노출시키는데 장면이 바뀔 적마다 지난 날의 기억들과 알런의 환상을 하나씩 하나씩 재현시켜 가면서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연극 에쿠우스가 우리에게 가슴 벅찬 매력을 안겨주는 원인 중이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연극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하여 하나 참고할 것은 '에쿠우스'라는 어휘의 상징성이다. 원래 에쿠우스라는 말은 라틴어로 '말(馬)'이라는 뜻이며 이 작품에서는 상징적인 다의성을 담고 있다. 즉, 신이라든지 숙명의 굴레라든지 냉혹한 현실성이라든지 혹은 원초적인 성의 본능으로 이해된다.

 

 

 

연극 에쿠우스의 주제

이 작품의 정점은 알런과 질이라는 소녀의 마구간에서의 정사 장면이다. 알런은 마구간에서 질의 나신에 긴장된 시선을 보낼때 감전된 것처럼 원색적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말들이 눈에 쌍심지를 세워가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결국 질과의 정사는 성사되지 못한다. 그 대신 전에는 신처럼 위하고 믿었던 말들이 갑자기 끔찍한 장애물로 그리고 죽음의 신으로 알런의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탈바꿈한다. 알런이 말의 눈을 말굽 파개로 찌른 것은 곧 신, 기성세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도전이요 방황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황폐한 절망감 속에서 금제(禁制)와 규범에 대한 항거이며 죄의식과 강박관념에서 도망치려는 도전으로서 관객들에게 감동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다이사트에 대한 것도 빠져서는 안된다. 그는 알런의 정신적 치유를 맡고 있는 극의 서사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알런의 미스터리를 궁극에 이르러 풀었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의 치유에 대해 회의에 부딪히고 만다. 결국 알런의 병을 치료했지만 편견으로 가득한 정상(正常)이라는 범주의 세계로 알런을 보내주기 위해 오히려 그의 정열의 불꽃에다가 찬물을 부어 꺼져 버리게 한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관객이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이사트가 알런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충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알런의 원초적 정열이다. 횃불처럼 뜨겁게 살려는 욕망, 그리하여 다이사트는 알런을 질투까지 하게 된다. 그가 판사 헤스터 앞에서 '오, 원시적인 세계여!'하고 구호처럼 외치는 소리는 그의 의식과 감정의 흐느낌이며 몸부림이다.

 

 

 

연극 에쿠우스에 관한 슬픈 추억

이 작품은 알런으로 대표되는 신세대와 다이사트와 알런의 부모님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의 한판 승부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나는 19년 전, 조재현 씨 버전으로 이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다. 다이사트 역할에 故 김흥기 배우님이셨고 알런 역할이 조재현 씨였다. 사극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 연기로 반해버렸기에 일부러 선택한 연극이었다. 그런데 보러 가기 육일 전에 갑자기 주최 측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전날 공연을 마친 후 김흥기 배우님이 쓰러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뇌출혈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급하게 다이사트 역을 연극배우 이호재 씨가 맡아서 공연하게 되었는데 괜찮겠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물론 괜찮다고 했지만 놀랍고 아쉽고 걱정된 마음이 혼재되어 착잡했었다. 그 길로 김흥기 배우님은 한 번도 쾌차하지 못하셨고 끝내 2009년 3월 6일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분은 그렇게 나의 마음속 영원한 정도전으로 남아 있다. 

 

연극을 좋아하는 연극 팬이라면 에쿠우스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한 가지 관람 포인트는 극 중에 나오는 말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이다. 연출에 따라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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