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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감동과 재미를 넘나드는 연극, 신비한 요릿집 백년국수

by 매들렌 2021.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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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신비한 요릿집 백년국수 공연 포스터
21.12.03~22.01.02 대전서구문화원, 아신아트컴퍼니 1599-9210

 

귀(한) 신들이 있는 가장 따뜻한 국숫집

서울살이에 치이고 지친 선화는 100년 전통이 끊겨 폐가가 된 '태평 국수'를 처분하여 빚을 갚기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첫날, 깜박 잠이 든 선화는 스산한 기운에 눈을 떴더니 집을 지켜준다는 성주신, 선화를 점지해줬던 출산의 신 삼신할매, 그리고 빈집을 찾아 헤매던 처녀귀신 소천이 선화를 노려보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방금 차 버린 전 남자 친구까지! 세 명의 귀(한) 신들은 돌아가려는 선화를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녀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도깨비, 신과함께를 잇는 한국 전통 귀신들

신비한 요릿집-백년국수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토속 신앙 속 귀신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집을 지키는 성주신, 인간세상에서 출산을 돕고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는 삼신할매, 처녀가 한을 품고 악귀가 되어 구천을 떠도는 처녀귀신,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가는 저승사자 등 신들을 익살스럽고 재미나게 표현해냈다. 특히 처녀귀신 소천 역할을 맡은 신주현 배우의 애교 있는 연기력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보았고, 성주신은 역할도 멋있지만 배우 윤상철 씨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린 것 같다.  주인공 선화에게 차인 전남친 역과 저승사자 역을 맡은 배우 강희석 씨 연기도 사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볼 때 전체적인 연기의 균형을 잡아주는 삼신할매 역의 김초혜 배우도 꽤 자연스러웠다. 전체적인 연기력은 백점 만점에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준이다.) 

 

연극 신비한 요릿집 백년국수 출연진들
연극 신비한 요릿집 백년국수 출연진

 

대전을 대표하는 작품성 있는 창작 연극

대전 연극인들이 모여 2019년에 초연한 창작 연극이다. 앞서 소개한 초콜릿하우스처럼 대전 지역 문화 전문 인력들이 모여 참여하고 제작했다. 한국 토속 신앙 속 친숙한 귀신들을 소재로 90분 동안 관객들을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유쾌하게 만든다. 백 년 국숫집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선화가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서는 누구라도 감정이입이 안 될 수 없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공연 중에 배우들이 직접 칼국수를 끓인다! 그렇기 떄문에 만약 공복에 이 연극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먹고 싶어 못 견디게 될 것이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옛것, 옛집, 전통은 낡은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다 부수어버리고 내 다 버리고 없애버리는 트렌드가 남아있는 현시대에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연극이다. 지방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도 좋은 것이 많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연극과 뮤지컬 작품들 중 7-80퍼센트가 외국 라이선스 작품들이라는 것에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방에서 만든 토종 작품들을 잘 발굴해서 서울에서도 자주 공연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아쉬운 점

첫번째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초연 때는 보지 못했고 작년에 했던 배우들과는 또 다른 이들이었다. 작년에 이 작품을 보고 왔던 친구가 말하길,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았다고 극찬을 했었다. 작년 캐스트들을 보니 확실히 내가 이번에 본 캐스트들과는 다른 배우들이었다. 특히 작년 캐스트들 중에 주인공인 선화 역할을 강승리 배우가 했었다. 지금 그녀는 초콜릿 하우스의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전에서 강승리 배우가 제일 연기 잘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선 서울 진출을 밀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지금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형편없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기본기는 확실히 있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고퀄리티 연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왜냐하면 내용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마지막 두번째는 정말 진심으로 부끄러울 정도인데, 공연 홍보물의 맞춤법이 틀린 점이다. '국수집'이 맞느냐, 아님 '국숫집'이 맞느냐 하는 문제이다.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맞춤법에도 관심을 두는 편이다. 외래어에서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보기 좋지 않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래어가 아닌 부분에서는 틀린 것을 발견하면 짜증 날 때가 있다. 더 심할 때는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나한테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사전도 뒤져보고 인터넷도 찾아봤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국숫집이 맞는 걸 확인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맞춤법에서는 '국수 + 집'의 경우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국숫집이 맞다. 국수 + 집의 경우;

1. 두 단어로 된 합성어

2. 뒤에 오는 단어인 집의 첫소리인 'ㅈ'이 된소리가 되어 '찝'으로 발음되며

3. 앞에 오는 단어인 국수의 마지막이 모음(ㅜ)으로 끝나며

4. 국수라는 고유어와 집이라는 고유어로 된 합성어이므로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국숫집'이 맞다. 요리집도 마찬가지다. 위의 이유로 '요리집'이 아니라 '요릿집'이 맞다.

 

그런데 홍보 포스터에서부터 틀린 맞춤법을 강조했다. '따뜻한 국수집'이 아니라 '따뜻한 국숫집'이 맞다. 신비한 요리집이 아니라 '신비한 요릿집'이다. 여기서부터 확 깨는 것이다! 아신아트컴퍼니 홍보팀이 꼭 이 포스팅을 봤으면 좋겠다. 틀린 맞춤법을 보면 나처럼 속이 뒤집어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 그 공연을 보러 갈 마음이 생길까?

그런 의미로 홍보팀이 속내용이 좋은 만큼 겉포장도 신경 써서 했더라면 하는 큰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공연은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좋다.

 

 

 

추신: 배우 집단이면서 모국어를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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