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뜨겁고 달콤한 초콜릿의 비밀
"방 빼!"
석현의 초콜릿 전문점인 '초콜릿 하우스'에 사형선고 같은 건물주의 통보가 날아왔다. 당장 새 가게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석현.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이 와중에 아르바이트생인 지숙은 마음씨 좋은 석현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 노총각 석현 또한 실수는 많이 하지만 자기 일에 열정을 지닌 순수한 지숙을 지켜보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해 둘의 마음은 자꾸 엇갈리기만 한다. 이때 석현이가 기르는 고양이 미요와 동네 떠돌이 강아지 무람만이 둘의 마음을 눈치채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과연 석현과 지숙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진실한 마음과 사랑의 가치
석현과 지숙처럼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가치뿐 아니라 젊은 세대가 열정을 품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그 가운데 가진 자의 갑질에 휘둘리지만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었다. 특이한 점은 말 못 하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의인화 했다는 점이다. 고양이 미요와 강아지 무람이는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요정 큐피드처럼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도와준다. 또 하나, 사랑의 달달함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사랑의 씁쓸한 면도 같이 다루어주면서 재미와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사랑은 쓰면서도 달콤한 초콜릿 같은 것!
'초콜릿 하우스'는 2018년 창작 산실에 선정된 작품이다. 대전 지역의 문화 전문 인력들이 모여 만든 소극장용 창작 뮤지컬로서 지방의 공연예술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구성과 뼈대가 탄탄하다. 게다가 노래도 너무 좋다! 무대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작곡가 진한서 씨가 만들었고 2차 수정은 유수빈 씨가 했다. 작사는 서신애 씨(응?)가 했다. 창작 뮤지컬이라서 음악과 노래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음악과 노래가 나오는 타이밍도 매우 적절해서 자연스럽게 장면을 보충해주거나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뮤지컬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작품
나는 2017년 여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꽤 흐뭇하게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뮤지컬 보다는 연극이다. 노래와 춤으로 인생을 보여주는 뮤지컬이 나로서는 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물과 기름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본 작품이 몇 개 안 된다. 그래도 유명한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와 돈키호테, 아가씨와 건달들은 관람했었다. 그러나 이것들을 관람했던 때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에 연극은 꽤 많이 관람했지만 뮤지컬은 없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작품도 별로 없었고. 있어도 표를 못 구해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소극장 뮤지컬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러나 친한 지인이 이 '초콜릿하우스'를 적극 추천해서 보게 되었다. 그 지인도 내가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러니 내게 추천해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큰 기대없이 봤다가 속절없이 빠져버렸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었고 노래와 함께 하니 더 즐거웠다. 어느 순간 박수 치며 큰 소리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극장만의 장점인 관객들과의 소통도 너무 재미있었고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하는 데도 어색함이 없었다. 90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작품이다.
진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같은 작품
지금 현재 공연하는 배우는 박로준, 강승리, 이상혁, 신기주 씨다. 박로준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민의 힘 대표 이준석 씨와 똑같이 생겨서다. 강승리 씨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지금 대전에서는 이 네 명의 배우들 합이 아주 좋다고 입소문이 돌고 있는 중이다. 이번 달 까지니까 나도 곧 보러가야겠다. 이 웰메이드한 창작 뮤지컬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미 공주, 서산, 청주, 김천, 밀양 등 타 지방에서는 몇 번 초청 받아 원정 공연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수도권이 빠져 있다. 서울에서도 공연했으면 좋겠다. 비싼 라이선스 작품만 공연하는 것보다 잘 만든 창작 뮤지컬 작품이 많이 공연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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