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다한 공연 이야기

배우 박상원의 모노 드라마, 콘트라바쓰

by 매들렌 2021. 12. 30.
728x90

연극 콘트라바쓰 공연 포스터
2022.01.07 - 01.30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배우 박상원의 모노 드라마 - 콘트라바쓰

'향수'라는 소설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이 책을 중학교 1학년 때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땐 제목이 '콘트라베이스'였는데 요즘 번역은 '콘트라바쓰'로 통일되었는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라고 검색을 하면 '콘트라바쓰'라고 나온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연극의 희곡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주인공 혼자 말하는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왜 이게 희곡이 아니라 소설로 분류가 되었는지 매우 의아해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의 역할은 가장 극저음의 음역대를 담당하며 특별한 기교나 특색이 없는 악기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저음역의 악기이다. (첼로보다도 음역이 더 낮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재즈에서는 다르다. 콘트라베이스는 재즈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악기이지만 주목은 클래식 음악보다는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무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악기이다. 아무튼 그런 악기이다보니 소설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이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비하로 가득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익히는 마법같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연주회에서 뭔가 사고를 칠 듯한 내용으로 열려있는 결말로 끝난다. 

 

배우 박상원의 모노 드라마 콘트라바쓰는 기획 단계부터 모노 드라마 같지 않은 모노 드라마를 원했다고 한다. 작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의 공연 당시, 쥐스킨트의 세밀한 언어들을 무대화 함에 있어서 비언어적 요소인 움직임과 음악을 적극 활용했었다. 한 배우의 마라톤을 감상하듯, 두 시간의 여정은 모노드라마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쥐스킨트의 언어를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을 들었다. 내년 1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개막되는 '박상원콘트라바쓰'는 절제된 어휘와 유기적으로 펼쳐질 움직임 및 음악으로 텅 빈 무대를 감각적으로 가득 채우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 모노 드라마란? 한 사람의 배우가 모든 배역을 혼자 맡아 하는 연극을 말한다.

 

 

 

시놉시스

한 남자가 이름조차 제대로 부여해주지 않은 희곡 속에서 콘트라바쓰와 함께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그는 오늘 공연되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의 전야 공연인 <라인의 황금> 무대 아래 어두운 오케스트라 파트 가장 뒷열에 앉은 콘트라바쓰 연주자다. 그리고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자신과 콘트라바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음악 속 콘트라바쓰의 중요성에 대해서, 세상 속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내면 속 자신의 가치와 이상에 대해서, 이상 속 다양한 음악과 사고에 대해서, 마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는 듯이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툭툭 내뱉는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며 바그너가 만든 세상에서 한 남자의 울부짖음이 터져나온다.

 

 

 

박상원 배우에 대하여

내 기억 속 그가 (나는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다) 배우로서 각인된 작품은 1991년작 mbc 특별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였다. 그 드라마 속 '장하림' 역할은 비록 그 해 연기상은 못 받았지만, 나를 비롯한 내 또래 아이들한테는 배우로서 그를 각인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보다 더 연장자 분들은 그의 전작 <인간시대> 등에서 이미 배우로 알고 있었을 거였지만, 당시 아직 어렸던 나는 그랬다. 그 만큼 그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가 대단한 작품이다. 종영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고 심지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게 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타임캡슐에도 들어간 유일한 TV드라마이기도 하다. 

그 후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우석' 역할로 절정을 맞았다. '박태수' 역할의 최민수 배우의 대사, "나 떨고 있니?"가 제일 유명하지만 절제된 '강우석'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한 배우 박상원의 공로를 잊으면 안된다. 아쉽게도 그 이후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건 카메라 앞에서건 혹은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연기해왔다. 또 모교인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교수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적인 견해는 나와 반대편이긴 하지만, 배우로서는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다. 어느 덧 예순을 훌쩍 넘긴 중견 배우가 된 그를 보며 모노 드라마에 도전하고 있는 그 열정에 새삼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데 당장 다음달에 볼 만한 연극이 벌써 네 개가 넘어버렸다. 큰일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