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기파 배우
정확한 발음과 비음이 섞인 맑은 목소리가 인상적인 배우다. 대학 다닐 당시 '대학로 이영애'라는 불릴 만큼 연극계에서는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다. 거기다 대단한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이런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데뷔해야 하는데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여기저기 특별 출연이나 조연으로 많이 쓰는데, 그러기엔 능력이 너무 아까운 배우다.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주인공 못지않은 포스를 풍기는 분이기도 하다. 최근 TV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비밀이 많은 미스터리 한 간호사 역할로 나와 전 국민이 모두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더불어 절대 불가한 연기력까지 말이다.
영남 언니에 대한 쓰디쓴 추억
나는 2001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러 대학로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줄리엣 역할을 장영남 언니가 맡았다. 나로서는 처음 언니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이었는데 그 전에는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배우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옛날 영화 속 올리비아 허시의 모습과 1997년도 영화 속 클레어 데인즈 같은 이미지가 깊게 박혀 있어서 센 캐릭터 같은 외모의 장영남 언니가 전혀 줄리엣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연기를 못하지는 않아서 묘하게 자꾸 눈길이 가는 그런 배우였다. 그러나 그 후로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만 봤지, 한 번도 연극 무대에 서 있는 언니를 보지 못했다. 특히 아직도 후회스러운 것이 모노드라마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못 봤다는 것이다. 아무튼 내게는 그것이 영남 언니에 대한 쓰디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유다. 위로 언니들만 줄줄이 있어서 할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길 그토록 바라셨다고 한다. 그러나 딸인 영남 언니가 태어났고 할아버지는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남자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한다. 어른이 되고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어릴 때는 남자 같은 이름 때문에 수줍어하고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각인되어야 하는 배우가 되고 나서는 오히려 남자 같은 이름 때문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무대는 나를 숨 쉬게 한다
무대는 자신에게 생명력을 넣어주는 공간이며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게 연극이고 이번 작품도 그런 의미가 있다. 장영남 언니가 최근 하신 말이다. 2018년 연극 엘렉트라 이후 4년 만에 출연하는 연극 무대로써, 배우 황정민 주연의 <리차드3세>를 선택하셨다. 17년 전에는 앤 역할로 연극 <리차드3세>에 출연했지만 올해는 강인함의 표상인 엘리자베스 역할을 맡았다. 지켜야 할 자식들이 많고, 굉장히 생존력도 강한 여성이며 권력에 대한 야망도 주인공 리차드3세에 견줄 만한 대단한 여인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고전이다. 고전은 항상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사람들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다만 극의 진행 속도는 옛날에 비해 훨씬 빠르게 각색했다고 한다. 요즘 관객들은 느리면 지루해하고 그러면 재미없다고 느끼는 성향이 강하니까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요즘 고전을 무대에 올릴 때 연출가와 제작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학교 선배인 배우인 황정민과의 호흡도 아주 잘 맞고 존경한다고 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모자 관계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서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가 오롯이 무대에서만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아침 10부터 밤 9시까지 계속되는 연습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과 대사도 모두 맞춰가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로서도 참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2001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로 영남 언니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게 된 것이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역은 평소 영남 언니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지만 이 연극만큼은 다를 것이라 믿는다.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 장영남 언니와 황정민 외 배우들이 어떤 예술을 보여줄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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