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 한국에 온다!
지난 2020년 12월 예정되었던 랑랑의 독주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악화로 부득이하게 취소된 이후, 처음 갖는 공연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2016년 내한 독주회를 마지막으로 그가 돌아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2019년 결혼한 후 갖게 된 내한이라서(부인이 한국계 독일인) 음악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랑랑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 그는 바흐(학교 다닐 때는 '바하'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전부 '바흐'라고 표기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2020년 9월에 발매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에게 다른 곡들보다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흐 해석에 관한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에센바흐 앞에서 연주하던 17세의 랑랑의 골드베르크에서 유년시절 미숙하지만 당돌함이 가득한 연주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랑랑의 골드베르크는 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의 음악 인생이 담겨있는 그의 인생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의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불리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온전히 터득하고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바흐의 음악을 나누기까지 20여 년이란 고뇌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내면의 울림을 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도약
최근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와 결혼한 그는 더욱더 한국이라는 나라가 심적으로 애틋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는 원래 '슈퍼스타',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계의 화려한 스타로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만큼은 음악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면에 담겨있는 그의 음악적 철학과 고뇌가 훨씬 더 빛을 발하게 되는 독주회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어느 때보다 진정성이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마주하게 되는 랑랑. 과연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랑랑의 바이오그래피
3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5세 때 선양 콩쿠르에 출전해 입상한 것이 그의 최초의 경력. 9세에 베이징으로 유학을 떠나 중앙 음악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는 차별과 온갖 무시를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도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 1위, 차이코프스키 국제 유스 콩쿠르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로 1위를 차지하며 국내외적으로 두루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했던 그에게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베이징 중앙 음악원 사람들이었다. 음악원 교수들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그의 아버지는 때마침 미국 커티스 음대 학장인 게리 게리 그래프먼이 스카우트 제의를 해 오자 랑랑과 함께 그 제안을 받아들여 재빨리 중국을 떴다고 한다. 미국에 정착한 후 랑랑은 게리 그래프먼의 지도 하에 그 어떤 콩쿠르에도 출전하지 않고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학했다.
우연한 기회로 지휘자 크리스토퍼 에센바흐 앞에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그때 연주한 것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그의 연주에 흠뻑 빠진 크리스토퍼 에센바흐는 그가 지휘하는 바르비에 뮤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호출되었다. (원래 협연자인 앙드레 와츠가 건강문제로 취소하자 대타로 그가 지목되었다) 그의 빛나는 커리어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랑랑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선두주자로 피아니스트, 교육자 그리고 자선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클래식 음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는 사이먼 래틀 경, 구스타보 두다멜,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같은 명지휘자들과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연주해오고 있다. 그는 연주활동에만 전념하지 않고 형편이 어려운 음악학들의 재능발굴을 목표로 둔 교육사업을 펼치며 후학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랑랑 국제 음악재단(LangLa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을 설립하여 6-10세의 어린 피아니스트들을 발굴해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고 있다.
글렌 굴드-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공식을 바꿀 수 있을까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로는 전설의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있다. 글렌 굴드-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후대의 피아니스트들에게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말이다. 랑랑은 대선배 글렌 굴드를 향해 대차게 도전장을 내민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들려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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