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the mousetrap)은 영국 출신 추리소설 작가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단편 소설 및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그녀의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꼼짝도 할 수 없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보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작(秀作)이다. 1947년 BBC 라디오가 왕대비였던 '테크의 메리'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라디오 드라마로 듣고 싶은 작품이 있냐고 왕대비에게 묻자, 그녀는 애거사 크리스티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왕대비의 주문으로 일주일 만에(!) 쓴 이 라디오 드라마용 작품 <세 마리의 눈먼 생쥐>를 1950년에 단편소설로 고쳐 썼고, 이듬해에 다시 희곡으로 수정했다. 희곡은 1952년 10월 6일, 노팅엄 로열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같은 해 11월 25일부터 런던 앰배서더 극장에서 60년째 공연 중이다. 1974년 3월 25일에 공연 장소를 세인트 마틴 극장으로 옮겼을 뿐, 세계 공연 사상 가장 오랫동안 롱런하고 있는 연극이다. 11년간 같은 배역을 4575회 맡아 기네스북에 오른, 메트카프 소령 역할의 배우, 데이비드 레이븐(David Raven)이 있는가 하면 60년 동안 변함없이 무대에 오른 소품 등 수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957년에는 윈스턴 처칠이, 2002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관람했으며,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1992년에 열린 쥐덫 40주년 파티에 참석하여 이 작품에 대해 말하기를, 영국이 어떤 나라이고 영국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쥐덫의 등장인물
몰리 : 하숙집 몽크스웰 장의 여주인.
자일스 : 몰리의 남편.
크리스토퍼 렌 : 하숙인. 활발한 성격의 괴짜 건축가.
미시즈 보일 : 하숙인. 몸집이 크고 매사 불평불만인 중년 여성.
메트카프 소령 : 하숙인. 중년의 퇴역 장교.
미스 케이스 웰 : 하숙인.
미스터 파라비치니 : 폭설로 인해 갑작스레 몽크스웰을 찾아온 외국인 남성.
트로터 형사 : 형사. 스키를 타고 몽크스웰 장에 나타난다.
쥐덫의 전개
전후 영국. 런던에서 중년 여성이 살해되고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범행 현장에서 다음 사건을 예고하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몰리와 자일스 부부는 런던 교외에 있는 친척에게 물려받은 집을 개조해 몽크스웰이라고 이름 짓고 하숙집을 열게 된다. 하나둘 예약자들이 몽크스웰로 모여든다. 모든 것이 불만투성이인 미시즈 보일, 퇴역 장교인 메트카프 소령, 젊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고집 있고 깐깐한 성격의 미스 케이스 웰, 폭설로 예약 없이 찾아온 정체불명의 외국인 파라비치니 등이다. 몰리는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런던의 살인 사건과 연관 있는 사람이 그 집에 묵고 있어 형사 트로터를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이윽고 트로터까지 스키를 타고 몽크스웰에 도착한다. 그때 폭설이 더욱 심해져서 몽크스웰은 고립되고 만다. 이제 투숙객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서로를,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투숙객들의 과거 사연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의심은 증폭되고 그 의심을 뒤집는 반전이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두 번에 걸친 전쟁으로 피폐해지고 가정도, 삶도 잃어버린 당시 전후 세대의 상처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몰리와 자일스 부부 역시 만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가정을 꾸렸고 미시즈 보일은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방어 본능으로 까칠해지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건축가 크로스토퍼 렌 역시 탈영을 했다는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폭설 속에 갇힌 몽크스웰. 네 명의 하숙인과 주인 부부. 그리고 한 명의 형사가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갇혀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의 연속 살인 사건.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세 마리의 눈먼 쥐'라는 동요가 울려 퍼진다. 범인은 누구이고 몽크스웰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 걸까.
쥐덫
하숙집, 요즘 말로 게스트하우스라는 일상과 평범함의 공간에서 살인이라는 사건이 발생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 누구도 살인자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 살인과 살인의 원인을 알고 난 후에 느끼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상황 등 복잡하게 얽힌 '상황'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결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에 특유의 위트와 발랄함이 뒤섞여 그야말고 달콤 살벌한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년 12월 16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언제 봐도 재밌고 흥미진진한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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