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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음악극 <정조와 햄릿> 늦은 감상평

by 매들렌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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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햄릿 입장 티켓
음악극 정조와 햄릿 입장권

 

 

새로운 형식의 극

음악극이 전부터 존재하던 형식(장르)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음악극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뮤지컬을 우리말로 직역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직접 관람을 해보니 뮤지컬과는 형식이나 분위기에서 차이가 확연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느낀 점은 앞으로도 이런 음악극을 자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블로그에 기록할 자료로 공연 팸플릿을 챙겼는데 그만 버스에서 놓고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요즘 왜 이렇게 깜빡하고 잊어버리기를 잘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인상깊었던, 음악감독 상자루

사람 이름인 줄 알았던 '상자루'전통 창작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단체의 이름이었다. 연주자들이 직접 극 중에 나와 앉아 악기를 연주한다. 그런데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극 중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인물의 심리묘사를 표현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한 시퀀스에서 다음 시퀀스로 넘어가는 브릿지 역할도 하고 있었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단체라고 하지만 기타도 쳤고 장구도 음악에 활용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국악기 아쟁25현 가야금 그리고 전통 실로폰이라고 할 수 있는 양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쟁은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비감은 없었지만 양금은 학교 음악 책에서 사진으로 본 것 말고는 직접 악기 소리를 들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음악극'이라서 그런지 극 안에서 배경으로 겉도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고 있었다. 오직 배우들만이 극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도 배우들과 같이 극을 이끄는 위치였다. 음악극이라는 장르가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연출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 작품에서만 그런 것인지 그것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내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상자루는 음악을 통해 극 중 비극에 동참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위트 있게 개입하고 있었다.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다채로운 사운드 이미지로 표현해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개인이 해석할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임무를 맡고 있었다. 

 

 

 

정조와 햄릿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 포스터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산 정조와 햄릿

실존 인물이었던 정조와 달리 햄릿은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이다. 하지만 허구인데도 실존했었던 정조 이산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던 햄릿이다. 무엇이 비슷하고 어떤 선택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정조와 햄릿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다. 그리고 그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잘 알듯이 정조 이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에 의해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죽게 된다. 열한 살 어린 나이에 그 모든 과정을 눈뜨고 보고 있어야만 했던 어린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복수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인과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햄릿은 어떠한가. 존경하던 용맹한 장군 출신 국왕이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퍼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데 아버지의 동생과 어머니가 결혼하는 꼴을 눈뜨고 보고만 있어야 했던 햄릿이었다. 여기에 죽은 아버지가 유령으로 나타나 동생한테 살해당했으니 햄릿에게 복수해달라 한다. 햄릿으로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정조와 햄릿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정조는 복수를 포기했고 나라와 백성을 잘 다스리는 성군이 되기로 결심한다. 햄릿은 반대로 아버지의 유령이 시키는 대로 복수를 선택했다. 

 

 

 

오래 두고 볼 훌륭한 작품

배우들의 대사 처리와 움직임 그리고 표정과 춤이 일품이었다. 정말 굉장한 수확이었다. 팸플릿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배우들의 면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을 텐데 너무너무 아쉽다. 원래는 세종시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대전에서도 공연한다는 정보를 우연히 입수해서 큰돈 들이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다. 세종에서도 또 보고 싶었는데 세종에서의 공연 날에는 다른 일정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두 번 보지 못했다. 오는 9월에 당진에서 공연한다고 하던데 당진은 멀어서 가기 힘들 것 같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이 작품이 내년에도 공연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보러 달려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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