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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오래된 기억 속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by 매들렌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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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공연 포스터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오래전 기억 속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아마 2014년 9월에서 10월쯤 이었을 것이다. 대전 연극제에서 수상한 공연작을 상연한다고 해서 보러 갔었다. 벌써 8년 전 일이다. 요즘 눈에 띄는 새로운 연극 공연이 없는데다 나라가 점점 공산화가 되어가는 지경이라 마스크만으로는 안된다며 온갖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연극을 보러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은 창작극으로써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작품인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무서운 인간의 본성

비밀을 감춘 듯 스산한 느낌의 현대 빌라. 근심 가득한 얼굴의 빌라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는다. 빌라 주변에서 고양이가 계속 죽어가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관리인이 주민들을 모은 것이다. 게다가 옆 동네에서 한 여성이 싸이코패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주민들은 빌라에 사는 한 사내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고양이를 죽인 범인이자 옆 동네 아가씨를 죽인 싸이코패스로 몰아가면서 본성을 드러낸다. 그 와중에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 또한 내면에 감추고 있던 욕망을 조금씩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는 빌라 주인의 장인이다. 빌라를 관리하는 사위의 여동생이 가끔 노인을 돌봐준다. 그는 사회시설에 다니며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착한 노인으로 비춰지지만, 실상은 농아학교 급식에 약을 타 학생들을 식중독에 걸리게 한다. 그는 빌라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젊은 주민들의 뒤를 쫓으면서 사건에 빠져든다. 

 

 

자유롭게 말 못하는 노인

과거 폐질환을 앓아서 노인은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의 말을 그나마 제일 잘 알아듣는 사람은 자주 얼굴을 보고 살아온 사위의 여동생뿐이다.  그가 몸짓으로 표현하면 다른 빌라 사람들은 유추하는 정도일뿐이다. 말은 못하지만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그는 구성원으로서 행동하고 싶어한다. 이 연극에서 노인의 절정은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여기가 세상의 끝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비중있고 의미있는 대사이자, 노인의 유일한 대사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다양한 의미의 끝을 선포한다. 노인의 대사는 거의 없지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12명의 인물들 속에서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노인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힘든 몸을 움직이고 안 나오는 목소리를 애써 쥐어짜며 소리친다. 이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이 그렇지만 특히 노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노인 세대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범인은 누구인가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가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빌라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모습이 너무나 괴기스럽고 섬뜩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각잡고 진중하게 보여주지 않고, 할퀴고 물어뜯고 웃음까지 줬다 뺏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연출한다. 깔깔 웃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고 섬뜩해지는 그런 연극이다. 범인은 극의 끝에서 밝혀지기는 하지만 예상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쪽이었다.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는 현대인의 내면에 감추어진 스트레스와 광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관객 또한 "내 본성은?" 이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2013년 대전창작희곡 우수상 수상작

극작가 석지윤 씨가 지금 생각해도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대전창작희곡 우수상을 받은 대본으로 기억한다. 인간의 심리를 날 것 그대로 파헤치고 보여줬다. 그랬는데 서울에서도 2016년도에 공연된 모양이다. 좋은 대본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또 한번 확인했다. 이런 좋은 창작 연극이 많이 발굴되고 공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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