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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KBS교향악단 775회 정기 연주회 - 바딤레핀 협연

by 매들렌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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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의 모습
바딤 레핀(Vadim Repin, 1971.8.31 - )

 

 

KBS교향악단 775회 정기 연주회 - 바딤 레핀 협연

2월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의 775번째 정기 연주회가 열린다. 그리고 그날의 협연자는 바딤 레핀이라고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작년 10월에도 독주회를 하기 위해 내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가지 못했지만(정말 코로나 때문에 포기한 공연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 홍보물과 리뷰 기사를 봐서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우리나라에 온다고 한다. 이것은 내 짐작이지만 아마도 KBS교향악단에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피에타리 잉키넨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피에타리 잉키넨 역시 지휘자이기 이전에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날 연주곡목은 시벨리우스, 브루흐,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이다. 

 

 

바딤 레핀에 대하여

그는 시베리아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1971년에 태어났다. 현재는 러시아와 벨기에 국적을 갖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함께 러시아 3대 신동으로 서방 국가들을 휩쓸고 다녔다. 세 살 때 어머니에게 악기를 사달라고 조른 것이 그의 생애 첫 음악활동이었다. 음악학교에 남는 자리가 바이올린뿐이어서 운명적으로 바이올린과 함께 하게 되었다. 10대 초반에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데뷔했다. 열네 살부터 도쿄, 뮌헨, 브뤼셀 등 세계를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열다섯 살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하였고, 열일곱 살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다. 전성기 때 바딤 레핀은 같은 고향 동문인 막심 벤게로프와 쌍벽을 이루며 '세상에서 가장 바이올린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덩치에서 나오는 천둥 같은 파워를 겸비한 섬세한 연주와 도대체 가능한가 싶은 놀라운 연주 테크닉을 이미 어린 시절에 모두 마스터했다.  청년 시절, 결혼과 이혼 문제로 마음고생 때문에 실력이 저평가된 시기도 있었으나 성공적인 재혼 이후에는 다시금 옛날의 명성을 회복하였다. 현재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연주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서른일곱 살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마흔네 살부터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독일인인 막스 브루흐가 1868년 작곡한 작품이다. 웅장하고 낭만적인 선율이 아름다워서 청중들에게 환희를 안겨주는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그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함께 송년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워낙에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서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연주하고 있고 이곡을 녹음한 음반만 해도 수천만장은 될 것이다. 

 

1. Prelude: Allegro Moderato (조금 빠르게)

   제목 그대로 이곡을 통틀어 전주곡 역할을 하는 악장이다. 느린 플루트와 목관 악기로 시작해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주고받으며 웅장하게 악장의 중심 선율이 전개된다. 이후 중반부까지 독주 바이올린의 힘찬 화음과 감미로운 단선율에 의해 진행되다가, 분산 화음과 이어지는 트레몰로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중반부에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되고 곧이어 금관악기까지 가세한 총주로 절정을 이룬다. 다시 독주 바이올린의 선율이 반복되면서 오케스트라의 디크레센도(음을 점점 작게 연주하라는 뜻)와 함께 쉬지 않고 2악장으로 넘어간다.

 

2. Adagio (느리게)

   2악장은 독주 바이올린의 생기 넘치는 멜로디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의 심장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반주에 따른 독주 바이올린의 선율은 생생한 감동을 주며 로맨틱한 감정도 생기게 만든다. 3악장 피날레의 반전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3. Finale: Allegro energico

   오케스트라가 반복되는 멜로디를 점점 크게 반주하고 그 와중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독주 바이올린은 더블스토핑(두 줄 또는 그 이상의 줄을 동시에 활로 문질러 소리 내는 테크닉)을 구사하며 주요 멜로디를 연주해나간다.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이 주고받으며 빠르고 활기찬 템포로 마치 춤곡처럼 연주한다. 후반부부터 연주되는 서정적인 독주 바이올린의 선율은 다시 주요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연결된다. 이 때는 D장조로 조성이 바뀐다. 다시 더블스토핑으로 등장한 독주 바이올린이 이대로 끝나기가 아쉬운 것처럼 서정적인 선율을 다시 연주해나간다. 마지막은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아첼레란도(점점 빠르게)로 끝난다. 처음에 등장했던 웅장한 주요 선율이 곡 내내 반복되기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는 악장으로 이 때문에 굉장한 인기가 있다. 그냥 듣기에는 아주 쉽게 연주하는 것 같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서는 어려운 더블스토핑이 자주 나오고 엄청 많은 포지션 이동으로 연습이 부족하면 왼손가락이 꼬일 수 있다. 게다가 바이올린 줄을 내려치듯이 그어 내려야 하는 활 든 오른손은 컨트롤이 제대로 안 되면 아마 그 바이올리니스트는 청중들의 티켓 환불 소동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곡에 대한 설명을 꽤 자세히 서술했는데 유튜브에 검색하면 바로 들을 수 있는 때문에 한번 분석해서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럼 더 잘 들리고 이 곡을 정말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이다.

 

우연히 알게 된 이 곡의 작곡가인 막스 브루흐의 이야기를 여기서 간략하게 말하겠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는 거의 무명 작곡가였다. 그러니 생활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매우 궁핍했기에 이 곡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헐값에 팔아넘기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이 아무리 인기가 많아지고 명예를 얻었어도 그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막스 브루흐는 서둘러 후속작인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바이올린 협주곡 3번까지 작곡해서 세상에 내놨지만 1번에 비해 거의 인기가 없었다. 말년에는 배고픔에 시달리다 1번 협주곡의 원본 악보마저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쓸쓸히 세상과 하직하게 된다...... 

 

 

둘의 멋진 호흡을 기대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지휘자가 지휘하는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가 어떨지 몹시 기대된다. 직접 가서 실황 연주를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바이러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 직접 가서 보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KBS교향악단 정기 연주회는 KBS 클래식 FM을 통해 라이브로 청취를 할 수가 있다! 최은규 씨가 진행하는 FM실황음악 프로그램으로 들을 수 있다. 평소에는 저녁 8시에 시작하지만 정기 연주회 때는 저녁 7시 30분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자사 교향악단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바딤 레핀의 바이올린 소리도 궁금하지만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의 소리도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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