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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연극 원형의 즐거움이 온다! 연극 <회란기>

by 매들렌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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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회란기 공연 포스터
연극 회란기. 2022년 3월 25-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낙타 상장]에 이은 고선웅 연출 신작

대전 예술의 전당이 2022년 대전에 사는 연극 팬들에게 선보일 첫 번째 연극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3월 20일까지 서울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대전에서도 공연이 이어지는 경우다. 각색의 귀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국의 대표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의 신작 <회란기>이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낙타 상자'에 이어 고선웅 연출의 중국 고전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인 <회란기>는 13세기 중국의 극작가 이잠부의 잡극이며 독일 극작가 베르톨드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과 '솔로몬 재판'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회란기>는 당시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박력 있는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하여 연극의 원형을 이해하는 데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가

석회의 원 중앙에 아이를 세워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생으로 살던 장해당은 동네 갑부 마원외와 진심으로 사랑하여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이를 눈엣가시로 여긴 마부인이 남편을 독살하고 장해당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운다. 더군다나 마부인은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장해당이 낳은 아들을 자신이 낳은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동네 이웃들까지 매수하여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한다. 장해당과 그 오라비가 포청천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자 포청천은 바닥에 석회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도록 지시한다. 그리고는 그 한가운데에 아이를 세워두고 마부인과 장해당에게 아이를 끌어당기라고 명한다. 과연 이 아이의 진짜 어미는 누구인가.

 

 

 

 

700년째 계속 되는 이야기

돈 있고 줄 있는 사람은 간단히 끝내면서 돈 없고 줄 끊어진 사람한테는 이리도 모질게 족칩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람과 사람 사이 물물교환을 대신하여 발명한 '돈'이, 있는 죄도 없게 하고 없는 죄는 만들어서 엉뚱한 책임을 지게 하는 막강한 파워를 지니게 될 물건이 될 줄은 원시인들은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람 목숨을 쉽게 해치고 아이의 생명도 함부로 다루는 냉혹한 시대이다. 수많은 판결 중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적지 않으며, 무거운 범죄가 가볍게, 가벼운 것은 무겁게 다루어지기가 다반사이다. 누군가는 누명을 못 벗고 감옥에 가고 돈이 있으면 무죄가 되고 힘이 있으면 잘도 빠져나가는 불공정한 세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반복되어 나타나는 불공정과 분노. 연극 <회란기>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여전히 묵직한 어떤 것을 관객에게 시사하고 있다. 거짓은 탄로 나고 부정한 사람들은 결국 응보를 받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아이는 그 어떤 이유로도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이 좀 덜 살벌하고 더 상식적이고 정직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가 고선웅은 백묵의 원을 그리며 이 작품을 연출했다.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 이 시기에도 반드시 드러나는 사랑

대중적이고 창의적인 레퍼토리 극단인 극공작소 마방진의 1기부터 8기까지의 배우들이 모두 이 작품을 위해 뭉쳤다고 한다. 서울 공연에서는 상연이 끝나고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도 있다고 하는데 대전 공연에서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것을 대놓고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게다가 연극판에서 이름 있는 몇 안 되는 연출가 중 한 명인 고선웅 씨는 대한민국 연극대상, 동아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2022년의 신작 <회란기>로 그만의 장점인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회란기>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지혜의 왕 솔로몬의 판결 이야기를 중국의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이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끊임없이 음악이 흐를 것이고 배역의 슬픔은 뇌리에서 오래갈 것이다. 연극은 예나 지금이나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감동하는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막 무친 싱싱하고 맛있는 겉절이처럼 놀이성과 문학성이 풍부한 원형의 연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연출가 고선웅의 말처럼 웃고 즐기는 짧은 연극 속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마음 가득히 감동을 채워나갈 수 있는 멋진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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