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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전통 연희의 형태로 벌어지는 <춘향> 이야기

by 매들렌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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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날개를 뜯긴 새 공연 포스터
춘향-날개를 뜯긴 새

 

 

 

전통 연희의 형태로 벌어지는 춘향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고전 소설 <춘향>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지고지순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다음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전통 연희의 형태로 무대에 올린다는 <춘향>은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발레처럼 무용극인 것 같은데 전통 연희 형식이라니, 마당 놀이 같은 그런 형식인지 좀 헷갈린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어떤 공연일지, 춤으로 춘향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말이다. 

 

 

 

 

권력과 편견에 맞선 소녀의 사랑이야기

조선조 숙종 시대,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은 아버지를 따라 남원으로 내려온 지 수일이 지났으나 오로지 방에 갇혀 공부만 하니 하루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는 하인 방자를 이끌고 몰래 밖으로 나와 광한루 구경에 나선다. 흥겨운 가락과 함께 농악 놀이가 펼쳐지는 단오날, 푸르게 우거진 나무 숲 사이로 그네를 타는 아가씨들의 즐거운 수다가 들려온다. 그 무리들 속에 뛰어난 미인을 발견한 그는 그만 넋을 잃고 만다.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라고 방자가 넌지시 이르자, 몽룡은 당장 춘향을 불러오라고 재촉 한다. 방자는 춘향에게 몽룡의 뜻을 전하지만 춘향은 하녀 향단과 함께 그네터를 떠나버린다. 직접 찾아오라는 그녀의 뜻을 눈치챈 몽룡은 야심한 밤을 틈타 춘향네 집을 방문한다. 그는 춘향의 어미인 월매에게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불망기를 써서 자신의 마음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 그리고 그밤에 이루어진 몽룡과 춘향의 꿈결같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몽룡의 아버지가 동부승지로 승진하여 한양으로 가게 된다. 몽룡도 부모를 따라 한양으로 가야하는 처지가 된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고 몽룡은 부모를 따라 가버리고 춘향은 수절을 하며 그를 기다린다.

 

비어있는 남원 부사 자리에 여러 고을을 두루 거치며 호색한으로 소문난 변학도가 임명된다. 그는 춘향이 절색이라는 소문을 듣고 굳이 남원 부사 자리를 스스로 청하여 온 것이었다. 어미가 기생이면 딸 또한 기생이라며 춘향에게 수청들기를 강요하나, 춘향은 구 관댁 도련님과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이부종사는 할 수 없다고 버틴다. 화가 난 변학도는 거역관장(수령에게 순종하지 않고 반항함)의 죄를 물어 그녀를 동틀에 매달고 모진 고문을 가한다. 그러나 춘향은 끝끝내 절개를 굽히지 않는다.

 

한편, 한양으로 간 몽룡은 장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르고 암행어사로 임명받아 전라도로 내려오게 된다. 걸인 차림으로 춘향을 찾아오는 몽룡을 춘향은 그를 전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암행어사라는 신분 때문에 몽룡은 마음이 아프지만 끝끝내 자신의 신분을 그녀에게 밝히지 않는다. 

 

다음날 광한루에서 각 읍 수령들의 참석 하에 변학도의 생일 잔치가 장대하게 벌어진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암행어사 출두가 붙여지고 몽룡은 변학도를 응징한다. 몽룡과 춘향은 그렇게 다시 재회하고 동헌은 다시 축제 분위기로 충만해진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제시하는 새로운 <춘향>

소설 속 몽룡과 춘향은 열 여섯 살 십대였다. 그러고보니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속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도 열 여섯 살이었던 것 같다. 십대의 불 같은 사랑의 정열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열 여섯 살의 춘향이 무섭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고, 편견과 억압 속에서도 떳떳할 수 있었던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에서 이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2009년에서 2013년까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MISO(美笑) - 춘향연가>의 춘향을, 전통 연희 전문단체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또 다른 시선과 특별한 해석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이쯤에서 감히 예상해보자면 열 여섯 살밖에 안된 춘향의 그런 꼿꼿한 강단과 절개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그려내지 않을까한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전문 창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공연의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해도 나는 아직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사물악기(징 장구 꽹과리 북)의 반주로 한국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 무용에서는 아직 없는 (난 그렇게 알고 있다) 극형식의 공연이 기대된다. 

그런데 유니버설 발레단도 '춘향'을 무대에 올린다는데, 3월 달에만 고전 소설 춘향을 주제로 공연을 많이 하는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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