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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찬란하고 장엄한 한국의 전통무용, 바라춤

by 매들렌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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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화스님이 천수바라춤을 추는 모습
천수바라춤 by 능화스님

 

 

불교의식무용 중의 하나

바라춤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세상을 떠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불교의식 춤 가운데 가장 장엄하고 찬란하기까지 한 작법무이다. 또한 불교예술의 보고(寶庫)인 영산재 춤의 백미 중 하나다. 바라춤은 다라니와 진언에 맞추어 추는 춤이기에 긴 시간 동안 행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 작법무란? 불법을 찬탄하며 불전에 올리는 공양의 의미를 담아 추는 춤을 뜻한다.

※ 영산재란 중요무형문화재 50호이며 석가모니 부처가 법화경을 설파하던 2550년 전 상황을 재연하는 불교의 전통의식.

 

 

춤의 구성과 형식

바라춤은 여덟 개의 주제가 있다. 첫번째 천수(千手) 바라춤은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중생 구제를 위한 대자대비의 대원을 몸짓으로 보여줌으로써 해탈 무(舞) 또는 열반 무(舞)의 형식을 갖췄다. 2인에서 5인가량이 춤을 추며 5명이 출 경우에는 일렬횡대 혹은 4인 중앙에 1인이 서서 춘다. 

 

두 번째 사다라니(四陀羅尼) 바라춤은 4가지 진언 즉, 변식진언, 시 감로수 진언, 일자수륜관진언, 유해 진언 염불에 맞추어 춤을 추며 일체중생에게 공양을 베풀기 위한 춤이다.

 

세 번째 명(鳴) 바라춤은 2인 이상 추는 춤으로 징과 북으로 반주하며 야외 괘불 앞에서 두 사람이 바라를 치며 춤을 추어 세상의 모든 중생과 영혼들까지도 구제하려는 의미를 지닌다. 특징적인 춤사위(동작)로는 바라를 거울 보듯이 받쳐 든 후 잔잔히 바라를 올려주는 손동작과 함께 마름모꼴 형태로 나아가며 서로 마주 보는 형태에서 교차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양팔을 옆으로 180도 벌린 후 바라를 치는 동작 등이 특징이다.

 

네 번째 내림 게(來臨偈) 바라춤은 부처님이 오셔서 강림하심을 환희의 마음으로 찬탄하며 부처님을 모시고 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춤이다. 

 

다섯 번째 관욕게(灌浴偈) 바라춤은  신(身), 구(口), 의(意)의 삼업에 의해 가려진 마음의 때를 씻어버리기 위해 행하는 바라춤으로 징, 북, 목탁, 호적(피리의 일종)에 맞춰 춘다. 

 

여섯 번째 화의 재진 언(化衣財眞言) 바라춤은 화의재 진언을 법주가 선창 하면 징소리에 맞춰 두 사람이 화의재 진언 바라춤을 관욕실 앞에서 춘다.

 

일곱 번째 회향 게(廻向偈) 바라춤은 보회향진언(普廻向眞言)에 맞추어 추는데 부처님 앞에서 엄숙하고 단아한 일념 하나로 추는 춤이다. 하지만 104위 신중단(神衆壇) 앞에서는 웅장하고 힘 있는 춤사위로 춘다.

 

마지막 여덟번째 요잡바라춤은 시련과 옹호 게에서 모시고자 하는 성중(聖衆)의 강림이 완료된 것으로 보고 강림에 대해 감사하고 환영하며 환희를 표현하는 춤이다. 다른 말로 번개 바라, 막바라라고 한다.

 

 

바라춤의 도구

바라춤에서는 특별한 도구 없이 바라 하나만 있으면 된다.  바라는 서양의 심벌즈와 비슷하지만 종류가 다양하다. 두 개의 얇은 놋쇠판위의 중앙에 끈을 꿰어 양손에 하나씩 잡고 서로 부딪혀서 소리를 낸다. 불교 음악뿐 아니라 무속음악, 대취타 등에서도 주요 악기로 편성된다. 크기나 용도에 따라 동발, 바라, 발라, 명발, 부구, 자바라, 향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국립국악원의 바라 사진
Bara by the National Gugak Center

 

바라춤 사위

명바라춤을 제외하면 보통 바라를 손에 들고서 마주치기도 하고 조용히 놓기도 하며 머리 위로 돌리기도 하여 반복된 동작의 절제 속에서 정, 중, 동의 의미를 찾는다. 바라를 위로 향하게 하는 동작, 바라를 비비는 동작, 바라를 엎어 몸 앞에 모으는 동작 등 丁자 모양의 발 디딤과 회전형 발 사위의 움직임을 통해 부처에 대한 찬탄과 높고 좋은 생각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다는 포교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장삼과 가사를 입은 스님의 단아한 옷 매무새와 청아한 음성을 통해 추어지는 춤사위는 고아한 정자의 발사위의 조심스러움을 통해 정적인 예술성이 돋보인다. 

 

바라가 배꼽 아래로 내려가서는 안 되며 바라를 앞에서 짚을 때는 왼손이 바라 밑에 있고 오른손이 바라 위에 있어야 하며 머리 위로 올릴 때는 반대로 오른손이 아래이고 왼손 바라가 머리 위에 있어야 한다. 또 머리 위에서 양손을 벌릴 때는 반드시 머리 위에서 나뉘어야 하며 바라를 돌리는 동작에서 내려오는 손은 먼저 오른손이고 왼손이 머리 위에 있어야 하며 그다음은 반대로 한다. 예(禮)를 표할 때는 가슴 앞에서 두 바라를 제친 다음 고개를 숙인다.

 

현충제 때 바라춤 추는 모습
현충재 때 바라춤

 

바라의 쇳소리는 모든 사람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바라를 젖혀 몸 앞에 붙여 두드리는 동작으로 잡념을 버리라는 것을 의미하며, 가슴 앞에서 바라를 제쳐 예를 표하고 바라를 비비는 동작을 통해 일체 사물의 정체를 논의하는 법을 상징하는 종교성을 함축하고 있다. 불교의식의 의상은 백색, 적색, 황색, 녹색 등이 쓰이는데 이것은 물질의 4대원소 변형을 의미한다.

 

 

승가에서 추는 바라춤과 속세에서 추는 바라춤

개인적으로 10여 년전에 소원빌기 명당으로 소문난 소백산 구인사라는 큰 절에 갔을 때 대웅전 법당에서 바라춤을 추시는 스님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가 새벽 3시 30분쯤이었는데 긴 기도를 마치고 잠이 오지 않아 산책하듯 걷다가 보게 되었다. 초가을 밤이었는데 초겨울만큼 싸늘한 밤공기 속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와 징 소리, 염불소리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명료한 바라 소리까지 하나가 되어 내 정신을 쏙 빼놓았다.

 

아주 가끔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갈 때 스님 한 두분이 바라를 들고 춤을 추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많은 스님들이 일제히 바라를 들고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절제된 정적인 동작이었지만 분명히 규칙대로 손과 발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라는 시의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요즘 아이돌들이 추는 완벽한 군무처럼 그 많은 스님들이 한 박자, 한 동작도 틀리지 않고 추는 모습에 넋을 놓고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말로는 표현 못 할 굉장히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그날 새벽, 그 바라춤을 보면서 이미 내 소원은 다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속세에서 추는 바라춤은 굉장히 화려하다. 절에서 스님들이 추는 절제된 정적인 동작이 아니라 크고 화려하다. 박자도 훨씬 빠르고 움직임도 다이내믹하다. 속세에서 춘다는 것은 한국 무용을 전문적으로 추는 직업 무용단이 추는 바라춤을 말하는 것이다. 대전 시립 무용단이 추는 바라춤을 관람할 기회가 두어 번 있었는데 구인사에서 봤던 바라춤하고는 모든 것이 확실히 달랐다. 스님들은 박사 고깔을 쓰지 않았지만 무용수들은 모두 쓰고 나왔다. 의상도 화려한 색에 다양한 무늬가 있는 것들이었다. 

 

스님들이 추는 바라춤은 백퍼센트 종교적 의미로 추는 것이지만 속세에서 추는 바라춤은 그저 국악기인 바라를 들고 추는 춤일 뿐이라는 것을 무용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느꼈다.  전통 무용에 대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바라춤을 꼭 한 번이라도 관람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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