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바이올린 레퍼토리 모음
오페라와 발레음악을 주제로 한 바이올린 레퍼토리 모음집이다. 그래서 음반 타이틀을 스테이지 온 바이올린으로 한 것 같다. 그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세 번째로 도이치 그라모폰(DG)사 전속 아티스트로 계약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본명인 김 봄소리가 아닌 봄소리(BOMSORI)로 데뷔 앨범을 냈다는 점이다. 마치 40여 년 전,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가 성인 고토를 빼고 이름인 미도리로 활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경우다. 아무튼 현재 미래가 너무나 기대되는 30대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수록곡에 대하여
CD를 얹으면 제일 처음 나오는 음악이 비에냐프스키의 <화려한 폴로네이즈>라는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바이올린 콩쿠르의 제목을 장식하는 비에냐프스키의 이름은 김 봄소리 씨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2016년 이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 참가하여 놀라운 성적을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비에냐프스키 본인이 뛰어난 기교파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만큼 그가 직접 작곡한 바이올린 작품들은 어려운 연주 기법이 들어가 있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봄소리 씨는 그가 바이올린으로 노래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통달한 작곡가라며 추켜세운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비롯하여 비르투오소적인 색채로 재탄생 시킨 왁스만 <카르멘 환상곡>과 차이코프스키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에 수록된 <파드되>,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 수록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에 이르기까지 오페라와 발레 음악에 뿌리를 둔 레퍼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오페라를 구성하고 있는 아리아 즉, 노래는 그녀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발레와 함께 노래 역시 그녀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관심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반사 전속으로 발매하는 데뷔 앨범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드는 협주곡이나 소나타 작품이 아닌, 오페라와 발레 음악으로 수록곡을 정했다고 한다.
기왕이면 사서 들읍시다
봄소리 씨는 대표적인 정경화 키즈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동시에 배웠지만 불과 다섯 살 때 바이올린으로 악기를 정했다고 한다. 그 계기는 우리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를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이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그 어떤 일들보다 우선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데뷔 앨범은 숙련된 연주자의 바이올린이 연주와 노래 그리고 춤은 서로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증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이 음반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녀의 악기의 소리 때문이다. 1774년 산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사용해 연주하는데 소리가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흔히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여성적인 소리가 나고 과르네리는 남성적인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과다니니는 그 둘의 중간쯤에 머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반주를 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과다니니 바이올린 소리가 더 잘 부각되고 많은 사람들이 악기의 매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역사가 오래된 권위있는 음반사에서 특별히 지목한 우리나라 연주가이니만큼 스트리밍이나 유튜브로 듣지 말고 가능하면 CD로 '사서' 들어주기를 권한다. 코로나 전, 외국 여행을 할 때 우연히 길거리에 있는 음반 가게에 - 스트리밍 시대라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유럽 중소도시에는 아직도 음반 가게가 있는 곳이 있다 - 우리나라 연주자의 포스터가 붙여있는 걸 보면 그렇게 반갑고 뿌듯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CD를 많이 사줘야 그들이 계속 음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사서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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