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초창기부터 함께 한 안무가
내가 처음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Fake Love 퍼포먼스를 보게 된 후다. 물론 그전에 피땀눈물이나 DNA 퍼포먼스를 봤었지만 그땐 여느 평범한 케이팝 아이돌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많고 많은 아이돌 중에 하나로 느꼈던 방탄소년단을 아티스트 즉, 예술가로 느끼게 해 준 안무가 Fake Love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첫 도입부와 엔딩 때의 포지션이었다. 이때부터 내 눈에는 다른 아이돌의 군무와는 차원이 다른, 예술로써의 퍼포먼스를 방탄소년단이 최초로 시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았다. 그 후 세렌디피티 안무와 블랙스완 안무에 반해버렸다. 그들의 안무 퍼포먼스에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손성득 안무가가 궁금해졌다.
노래를 그리는 사람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빠진 찐빵이다.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K-POP)한류 음악의 핵심이 되는 부문이다.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끌어올려주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팬들의 커버 댄스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다. 아이돌 커버 댄스 영상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돌 음악의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안무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몸값 상승 중이다.
손성득 씨는 1983년 생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이 현진영의 커버댄스를 추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후 쭈욱 혼자 연습하다가 스티브 유(유승준) 백댄서로 본격적인 춤꾼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룹 신화의 안무를 맡으면서 안무가의 길로 들어섰다. 고등학교 때는 그때까지 반대를 일삼았던 집안에서도 진득한 설득으로 인정을 받았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기 전까지 젝스키스, 핑클, 스티브 유(유승준)의 퍼포먼스를 안무했다. 방시혁과는 오랜 친구관계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을 가르치다가 빅히트가 본격적인 신인 그룹을 준비하면서 2009년 빅히트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2AM과 조권의 안무를 맡았고, 방탄소년단의 데뷔 앨범부터 안무가로 참여하여 현재까지 그들의 거의 모든 안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존경한다는 그
첫 만남은 가르침을 주는 선생과 제자로 만났을지 모르나 지금은 같은 아티스트로서 방탄소년단을 존경한다는 손성득 씨이다. 데뷔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은 여러가지로 너무나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 뿌듯함과 고마움을 함께 느낀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한 얘기를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데뷔 때는 정말 다들 너무 못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진과 RM은 걷는 것조차 어색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안무를 던져주면 이틀 만에 다 외우고 시선처리, 제스처, 표정도 아주 자연스러워졌다고 칭찬했다.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쓰는 방탄이기에 콘셉과 안무를 함께 기획하는데 데뷔 때부터 의견 교환을 많이 해왔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한다. 손성득 씨가 여러가지를 놓고 고민하면 '이게 좋겠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고 한다. 개인 파트도 이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연구해온다고 한다. 한 마디로 1을 해오라고 시키면 10을 해오는 스타일이라 완성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데뷔 때를 생각해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알려줘야 했던 과거가 먼 옛날이야기 같다는 손성득 씨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가 Fake Love를 안무할 때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형상화하여 안무를 짰는지, 매번 MAMA같은 대형 공연에서의 엄청난 쇼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그의 생각을 알고 싶지만 어디에도 그런 자료는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고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멤버 일곱 명 모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그 속에서 예술 같은 군무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Fake Love와 블랙스완의 안무는 약간 발레와 현대무용이 섞인 느낌이 들고, 세렌디피티는 현대무용스런 느낌이 든다. 현대무용을 했던 지민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다. 블랙스완은 외국인 현대무용가가 안무에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안무를 가다듬고 확정 짓는 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손성득 씨일 것이다. 앞으로 방탄소년단이 어떤 음악을 내놓고 또 그에 화답하듯 손성득 씨가 어떤 안무를 우리에게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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