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다한 공연 이야기

한국 무용 기법이 총망라 된 민속 춤, 승무

by 매들렌 2022. 2. 3.
728x90

승무를 추는 사진
승무

 

민속무용의 꽃, 승무

승무(僧舞)는 그 명칭 때문에 중이 추는 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불교의식에서 승려가 추는 춤이 아니다. 하얀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걸치고 흰 박사 고깔을 머리에 쓰고 추는 민속춤이다. 춤 구성은 체계적이고 사위가 다양하다. 춤의 기법 또한 독특하다. 6박자인 염불 도드리와 4박자인 타령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또 장단의 변화는 7차례나 있어서 춤사위가 각각 다르게 구분, 정립되지만 무리없이 조화를 이루는 춤이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옴과 동시에 전래된 무용으로써 재(齋)와 같은 큰 불교의식에는 승려들이 법고춤, 바라춤, 나비춤 등을 춘다. 이러한 불교의식무용은 작법무(作法舞) 또는 법무(法舞)라고 하지 승무라고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연 중인 승무의 법고 치는 순위를 볼때 불교의식무용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민간으로 전파되어 오랜 세월을 전해오는 동안 점점 발전되어 지금은 민속무용의 정수가 된, 민속춤의 대표격이 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전수받으면 한국민속무용의 기법 전반을 대강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예술성을 가진 민속춤이다. 게다가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27호로 지정되어 보존받고 있다.

 

 

승무 추는 중 법고 치는 모습
법고를 치는 장면

 

승무의 구성

승무의 반주 악기는 장구, 피리, 해금, 북, 저(가로로 부는 관악기를 뜻한다)이며 반주 악곡은 염불, 빠른 염불, 허튼타령, 빠른타령, 느린 굿거리, 빠른 굿거리, 당악이며 염불, 타령, 굿거리, 북치는 가락 등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조화를 이룬다. 춤사위는 장단의 변화에 따라 7마당으로 구성되는 춤을 춘다. 신음하고 번민하는 듯한 초장의 춤사위에서부터 범속을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는 듯한 말미의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뿌리고 제치고 엎는 장삼의 사위가 신비로움 속에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장삼을 허공에 뿌리는 사위의 의미는 인간의 원대한 희망에 대한 욕망을 갈구하는 내용의 표현으로 보이며 하얀 버선코 끝으로 표출되는 허리와 다리의 가냘픈 모습, 치마 끝에서 보일 듯 말 듯한 버선코의 율동은 승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춤사위는 고차원적인 예술성과 심미성이 풍부한 춤이다.

 

 

승무 보유자 송재섭

승무 보유자 송재섭 공연 포스터
법우 송재섭 예인의 공연 포스터

 

 

대전시 무형문화재 15호인 법우 송재섭 예인은 1974년 조계종 스님으로부터 작법무와 범패를 배우기 시작하여 국가 무형문화재 영산재 보유자인 박송암스님께 바라춤과 법고춤 등 불교의식무용을 사사받았다. 이후 이매방으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인 승무와 살풀이춤을, 영산재보존회로부터 영산배를 각각 이수받았다. 송재섭 예인의 춤은 매우 여성적이나 약하지 않고, 섬세하나 큰 결이 있으며, 결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발끝에서 손끝까지 잔잔한 생명력이 있는 움직임이 표출되는 춤사위를 통해 한과 숙명을 풀어 내고 있다. 그것은 억지로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감정으로 내면으로부터 희열을 끄집어내고 있으며 결코 경직되지 않는 모습의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흡사 그것은 잔잔한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며 물살이 퍼져 나가는 듯한 애잔한 느낌을 준다. 구도의 정신에서 묻어 나오는 그만이 춤 세계와 겸허한 마음 자세가 숙명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자의 몸부림이라 표현할 만 하다.

 

 

승무의 기원

승무의 기원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다. 민속무용 유래설로는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기 위하여 장삼, 고깔, 붉은 가사를 매고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었다는 황진이초연설, 상좌중이 평소 스승이 하던 기거범절이나 독경설법의 모습을 희롱조로 흉내내면서 춘 것이 승무라는 동자기무설이 있다. 또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탁발 수도에 나섰다가 계곡에서 여덟 선녀를 만나 미색에 현혹되어 번민하다가 불도의 참을 깨달아 해탈의 과정을 무용화한 것이라는 구운몽인용설, 파계로 환속했다가 양심의 가책으로 번민하는 모습을 무용화했다는 파계승번뇌표현설, 산대가면극 중 노장춤이 승무의 원초적 기원이라는 노장춤기원설 등이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조지훈의 시 <승무>

아마도 나빌레라 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문학 작품이 아닐까 싶다. 나빌레라는 나비같다는 뜻으로써 고유 명사인 나비와 고문체에서의 용어활용형인 '-ㄹ레라'라는 어미가 더해졌다. 승무의 전체적인 춤사위를 종합하여보면 나비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한국 무용의 거의 모든 기법이 총망라되어 있는 춤이다. 승무만 제대로 전수받았다면 웬만한 한국 무용은 다 출 수 있다는 말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대학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필수로 거쳐야 하는 춤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아쉬운 것은 승무를 제대로 마음껏 볼 수 있는 공연이 드물다는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춤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5년 전에 갑사 템플스테이에 가서야 승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이 많이 아쉽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