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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유니버설 발레단의 임인년 첫 작품 - 발레 춘향

by 매들렌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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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 창작 작품 춘향
유니버설 발레단 창작 작품 '춘향'

 

 

유니버설 발레단의 임인년 첫 작품, 발레 춘향

<춘향>은 2007년에 초연된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작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등을 편곡하여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 맞게 작곡된 것처럼 꼭 들어맞는다고 한다. 유니버설 발레단 예술감독인 유병헌(중국인이다)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코프스키 곡들에서 굿거리장단 같은 한국적인 색채를 느꼈다고 한다. 전 국립 무용단장 배정혜 씨의 안무에 케빈 픽카드가 어레인지 한 음악으로 초연되었고 몇 차례 개작을 거쳐 지금의 버전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한복 입은 발레 공연이라니 뭔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묘한 조합에 한 번쯤은 보고 싶은 작품이다. 

 

 

영상미를 더한 새로운 무대

<1막> 춘향과 몽룡의 첫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

어느 봄날, 몽룡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향단과 함께 있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춘향과 몽룡은 단옷날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게 된다. 몽룡이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떠나게 되자, 춘향에게 혼인 서약을 하고 서로 정표를 나눈다.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첫날밤을 보내고 몽룡은 한양으로 떠난다. 

 

<2막> 몽룡의 과거 시험, 어사출두 그리고 춘향과의 재회

 과거 시험이 시작되고 몽룡은 시제를 본 순간 일필휘지로 답을 써내려 간다. 한편 신관사또 변학도는 화려한 부임식을 갖고 춘향에게 수청을 제의하지만 춘향은 거절한다. 변학도의 생일날, 기생들과 여흥을 즐기던 변학도는 춘향을 다시 불러들인다. 하지만 춘향이 재차 거절하자 결국 죽일 것을 명한다. 때마침 몽룡이 마패를 꺼내들며 어사출두를 외치고 변학도의 악행을 처단한다. 몽룡은 지난날 부채에 새겨둔 정표를 보여주며 춘향과 재회하고 그 기쁨을 나눈다. 

 

 

한복 입은 발레 무용수를 볼 수 있는 기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전형적인 발레 의상이 아닌 개량된 한복을 입고 발레를 추는 무용수들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도포자락 휘날리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군무를 추는 발레리노들을 보게 될 것이다. 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출두할 때 보여주는 박력이 넘치는 군무는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전체적으로 눈이 부실 정도의 견고함을 자랑하는 안무가 인상적이라고 한다. 춘향과 몽룡이 첫눈에 반하는 안무와 첫날밤의 안무 그리고 다시 재회했을 때의 부드러운 스텝과 로맨틱한 리프팅 등 견고하고 유려함이 넘치는 안무라고 소문난 발레 작품이다. 

 

 

심청처럼 클리셰 범벅인 작품일까

대한민국 관객들은 클리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여성 무용수가 주인공으로서 비극적인 혹은 희극적이고 모험적인 사랑이야기에 열광한다. 이러한 풍토에서 남성 무용수를 강조한다거나 남성 위주인 발레 작품이 흥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발레단과 공연 제작사도 손해보고 장사할 수 없으니 흥행이 되는 작품을 주로 올리게 되고 그래서 악순환은 계속 된다. 남성 무용수는 주인공인 여성 무용수의 들러리 역할 정도밖에는 맡아서 연기할 역할이 없다. 그러니 발레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여성 무용수의 들러리를 하려고 발레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창작 작품을 발굴하여 공연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발레 작품들은 워낙 서사가 탄탄하고 역사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갑자기 개작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상당히 이상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창작 작품은 그런 점에서 훨씬 자유롭다. 이야기를 잘 발굴한다면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처럼 남성 무용수도 주인공 역할을 맡아 얼마든지 클리셰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첫 창작 작품인 <심청>은 그런 관점에서보면 전형적인 클리셰 범벅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청이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며 심봉사나 나중에 만나게 되는 임금님도 들러리나 구원자 역할에 그친다. 안무와 의상이 아름답지만 내용적 서사는 클리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춘향이라는 이야기도 춘향이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몽룡은 사실 주연에 가까운 조연일 뿐이다. 하지만 심청보다는 그래도 남성 무용수 즉, 몽룡을 돋보이고 부각할 수 있는 장면들이 좀 있다. 과거급제나 암행어사 출두 같은 장면은 충분히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우리의 고전 소설이라서 초연 당시에는 한국무용가 배정혜 씨가 안무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상체 움직임을 한국 무용스럽게 안무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 몇 차례 개정했다고 하니 한국 무용스러운 안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국립발레단 해적과 공연 시기가 겹친다. 어떤 것을 봐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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