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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연 이야기

케이팝 아이돌들의 칼군무에 대하여

by 매들렌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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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한 장면
방탄소년단의 안무 작품 중 가장 고난이도로 꼽히는 IDOL안무

 

케이팝 아이돌들에게 안무의 의미

아이돌들에게 안무란 무대를 구성하고 공연을 하는 데 있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들이 하는 음악은 귀로 듣는 것만이 아닌, 눈으로 보는 음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무가 어떻게 짜여졌는지에 따라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와 그들이 하는 음악의 방향성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듣기만 했을 때는 단순하게 들리는 노래일지라도 무대 위에서 안무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면 그 노래는 더 이상 단순하지가 않고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케이팝 아이돌이 유명해진 것은 쉽지 않은 안무를 칼군무로 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러 사람이 칼로 자른 듯 똑같은 동작을 조금의 어긋남 없이 따라 추는 케이팝 아이돌들의 모습은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서도 흔치 않은 것이다. 우리는 늘 봐오던 것이지만 말이다.

칼군무의 정의

칼군무라는 명칭은 여러 사람이 합동으로 추는 춤이며 칼로 자른 듯 같은 동작을 조금의 어긋남 없이 정확하게 동작을 맞춘 춤을 말한다. 화려하고 절도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모두가 하나인 듯 똑같은 박자에 똑같은 동작을 정교하게 초 단위로 춤 선의 각을 맞춰가며 춤을 춘다. 이는 소위 칼각이라고 부르며 칼군무의 기본 바탕이 된다. 칼이라는 수식어에 맞추려면 움직임을 맞추는 것만큼 동시에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박력 있고 빠른 춤일수록 칼군무 난이도가 높아지고 그 안에서 여유를 보이는 것이 곧 춤 실력이 된다. 초창기에는 군대 제식 같은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화려해지고 정교해져 갔다. 부드러운 춤 선을 칼날처럼 살리는 군무부터 빠른 박자에 자로 잰 듯 터지는 박력 있는 파워까지 칼군무의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져가고 있다.


군무 대중화의 시작

대중음악 역사에서 아티스트와 댄서의 단체 군무를 대중화한 대표 인물은 마이클 잭슨이다. 그의 전설적인 앨범인 Thriller에서 보여준 군무는 문워크로 대표되는 마이클 잭슨의 단독 퍼포먼스 못지 않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독무(혼자 추는 춤)를 더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백댄서들과의 인상적인 군무 장면이 많이 있다. 유튜브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라이브와 1992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JAM 라이브 영상을 검색해서 감상해보기 바란다. 삼십 년이 훌쩍 넘었지만 조금도 촌스럽지 않고 볼 때마다 소름 돋게 만든다. 그의 군무는 소수 정예로 운영되었다. 그만큼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이 공연 오디션에 몰려들었고 이들은 수많은 마이클 잭슨의 공연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그의 군무는 군대 제식 같은 안무와 형식이었지만 요즘의 칼군무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 생전 모습
팝의 황제라고 불렸던 고 마이클 잭슨와 댄서들


그렇다고 꼭 어려운 퍼포먼스만 군무라고 하진 않는다. 쉽고 단순한 댄스도 음악에 맞게 여러명이 분위기에 맞춰 추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와 같은 군무를 출 수 있다. 이렇게 과거 1980-90년대 미국 팝을 주름잡던 댄스음악과 함께 했던 군무 퍼포먼스는 90년대 후반 힙합의 흥함으로 인해 메인 스트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춤과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명맥을 잇게 되면서 칼군무라는 형태로 진화되었다.

칼군무의 태동

2세대 아이돌이 태동하던 시절인 2009~2010년, 대부분의 아이돌 팀이 다인원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에따라 안무는 자연스럽게 군무 중심으로 짜이게 된다. 그 와중에 절도 있는 춤이 주목을 받으며 트렌드를 이끌어 가기 시작한다. 맨 처음 주자는 소녀시대로써 그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녀들이 <다시 만난 세계>라는 노래에 맞춰 추는 군무는 아직도 레전드로 남아있다. 이때부터 칼군무라는 용어가 조금씩 쓰이기 시작했다.
2010년 6월에는 인피니트가 <다시 돌아와>로 첫 데뷔하였다. 합을 맞춘 군무가 일품이며 '군무돌'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누가 칼군무의 원조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피니트를 말하게 된다. 인피니트가 데뷔하고 한 달 뒤부터는 지상파 뉴스에서도 '칼군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박수>로 활동을 시작한 틴탑이었으며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모양이 언론을 통한 마케팅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대중들이 '칼군무'라는 단어를 널리 접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발전을 거듭해오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2014년 연말 무대 트레일러 영상은 동남아 일대뿐 아니라 저 멀리 남아메리카까지 케이팝의 칼군무가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칼군무에 관한 여담

칼군무 인정 여부는 상당히 주관적이라 기대치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같은 안무라도 그 춤을 추는 가수에 따라 더 멋있고 춤선이 살아 있는 멋지고 우아한 칼군무, 현란한 칼군무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칼군무 등 다양한 종류의 칼군무가 나올 수 있다. 아, 그리고 진짜 칼을 들고 추는 춤은 칼군무라고 하지 않고 검무라고 부른다. 혹시나 서로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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