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 춤을 축약한 부채춤
문자 그대로 부채를 사용하여 추는 춤이다. 고전 무용에서부터 현대 무용, 혹은 상업적 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채춤은 거의 고유 명사로써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부채를 이용한 무용이나 Fan Dance와는 유래가 전혀 다르다. 1954년 무용가 김백봉이 한국 전통 무용을 간소화하여 만들어 낸 현대적인 군무다. 태평무, 승무 심지어 무속에서 무녀들이 추는 춤에서도 나타나는, 다양한 색채의 소맷자락이나 색깔천으로 관객들의 눈을 현혹시키던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생각하면 맞다. 부채춤은 부채를 접거나 펼칠 때 나는 소리가 악기 역할이 되기도 하는 아주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경쾌한 기악 반주에 무용수들의 화려한 의상과 부채가 어우러지는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다. 1954년 서울 시공관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진 부채춤은 한동안 독무(홀로 추는 춤) 형태로 무대에 올려지다가 1968년 멕시코 세계 민속예술제전에서 오늘날과 같은 군무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부채춤의 특색
부채를 접고 펼칠 때 생기는 마찰음과 부채로 그리는 포물선, 그리고 한복의 곡선과 부채의 움직임 등이 있다. 부채를 들고 춤추는 무용은 세계 여러 나라 민속 무용에도 있는 형태이다. 다만 우리의 부채춤과 다른 점은 다른 나라들의 부채춤은 한결같이 부채를 장식물로 취급한다. 하지만 우리의 부채춤은 부채를 펴고 접고 뿌리고 돌리는 기교 자체가 춤사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를 접고 펼 때의 마찰음과 부채를 펼쳐 들었을 때의 포물선, 한복이라는 의상이 만들어내는 곡선, 그리고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부채의 움직임 등이 우리나라 부채춤의 매력이다. 또한 신체 운동을 유도해내는 것도 우리 부채춤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춤의 구성
한복, 꽃부채, 군무 그리고 음악이 있으면 된다. 부채춤은 의외로 어떤 음악이든 대체로 잘 어울리는 편이다. 단, 너무 빠른 음악은 맞지 않는다. 여러 무용수들이 일제히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빠른 음악은 많은 무용수들이 일제히 동작을 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박자를 배로 늘여서 움직이면 힘도 덜들이고도 어울린다.
태평무와 궁중 의상들을 비교해보면 부채춤이 얼마나 간소함을 강조한 무용인지 알 수 있다. 부채춤의 간소함은 1930년대 유행했던 구조주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군더더기적 요소가 전혀 없어서 어떤 무대에서도 잘 어울리고 추가적으로 얼마든지 변형도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1인단 2개의 부채를 양손에 쥐고 집단으로 모양을 만들어낸다. 파도치기, 원 만들기, 흩어지기라는 매우 단순한 기본구조를 반복한다. 하지만 구성만 잘 갖추면 질리지 않고 원형이 잘 훼손되지 않는 편이라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무용 작품이다.
의상, 부채, 군무라는 각 요소를 하나씩 비틀어서 독립적인 어레인지를 하더라도 원형이 잘 유지된다. 전통적인 해석을 지나치게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재해석 할 수 있는 무용이다. 그러나 간소하고 단순해 보인다고 쉽게 출 수 있는 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열 명 혹은 그 이상의 무용수가 추는 춤이다. 그래서 단체 연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많은 무용수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똑같이 추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서로 발맞추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 부채춤
우리나라에서 부채춤은 사실상 근대무용과 동등한 위상을 지닌다. 일제강점기 때의 총력전 및 내선일체 사상 등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과 한국전쟁과 같은 이념 대립의 영향으로 근대문화가 형성될 시간이 없었을 뿐, 그 시절의 무용가들이 만들어낸 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쟁이 끝난 바로 다음 해에 등장한 춤이다. 현재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한민족 공동체에서 공연되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리지 않고 전통문화공연에서 빠지지 않고 공연되고 있다. 다소 복잡했던 우리의 여러 가지 전통무용을 간소화시킨 현대적인 재해석이 그만큼 아주 잘 먹혔다는 뜻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다음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한국 무용팀이 부채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채춤 공연은 2018년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국악을 가미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짧게 부채춤을 선보였다.
부채춤 추는 인형은 한국의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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