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장 기대되는 국립 발레단 공연
국립 발레단이 2022년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같은 제목으로 공연하긴 했지만 이번 작품은 안무자와 버전이 전혀 다른 즉, 프레드릭 애쉬튼의 영국 로열 발레단 버전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발레 <고집쟁이 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로써 당시 발레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귀족, 요정, 혹은 여신 등의 신분이 높거나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아닌 평범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던 최초의 작품이다. 프랑스의 안무가 장 도베르발이 어느 날 한 마을을 거닐다가 유리 가게 앞 창문에 걸린 판화 한 장을 보았다고 한다. 그것은 농가의 작은 창고를 그린 것으로 딸로 보이는 소녀가 울고 있고 어머니 같아 보이는 사람은 옆에서 야단치고 있었으며 그 뒤로 슬그머니 도망치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 판각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발레로 만든 작품이 바로 <고집쟁이 딸, La fille mal gardee>이다.
그동안 소개된 <고집쟁이 딸>의 개정판 중 가장 유명한 버전이 1828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초연한 '장 오메르'버전과 1885년 키로프 발레단의 '마리우스 쁘띠빠와 레프 이바노프'버전, 그리고 1960년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초연한 '프레드릭 애쉬톤'버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요즘은 영국식 해학과 유쾌함이 담긴 프레드릭 애쉬톤 버전의 영국 로열 발레단 안무가 세계적으로 좀 더 인기가 있다.
1막 1장 시몬느의 농가 정원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미망인 시몬느는 무남독녀 리즈(Lise)와 같이 살고 있다. 새벽을 알리는 수탉과 뒤를 따르는 암탉이 한가로운 애니멀 댄스를 추면서 바쁜 농가의 하루가 시작된다. 시몬느는 자기 딸을 부자 양조업자의 아들 알랭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리즈는 연인인 콜라스 생각뿐이다. 콜라스는 리제트를 발견하고 신호를 보내자 리즈는 집을 빠져나와 유명한 '리본 춤' 파드되를 춘다.
1막 2장 농가 근처 야외 축제
농부들은 콜라스를 선두로 즐거운 춤을 춘다. 리즈와 알랭이 같이 춤을 추는데 여기에 콜라스가 끼어든다. 리즈는 자기 마음이 누구에게 있는 지를 확실하게 표현한다. 즐거움도 잠깐,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사람들은 흠뻑 젖었고 제각기 흩어져 뿔뿔이 집에 간다.
2막 농가의 집 안
폭풍우를 피해 집으로 돌아온 시몬느와 리즈는 물레감기를 시작한다. 이윽고 시몬느는 피곤하여 잠이 오고, 리즈는 엄마가 가지고 있는 열쇠를 빼앗기 위해 기회만 엿본다. 시몬느는 끝내 잠이 들고 리즈와 콜라스는 사랑을 속삭이고 정표로 스카프를 교환한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뿐이고 엄마 시몬느가 잠에서 깨어나자 리즈는 콜라스를 자기 침실로 밀어 넣는다. 평소 의심이 많은 시몬느는 처음 보는 스카프를 발견하고 콜라스가 집에 와서 리즈를 만난 것을 직감으로 알아버린다. 화가 난 시몬느는 리즈도 침실에 같이 밀어 넣고는 열쇠로 잠가버린다. 알랭과 그의 부친이 약혼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공증인을 데리고 찾아온다. 싸인이 끝나고 결혼지참금을 건네받은 시몬느는 알랭에게 리즈의 침실 열쇠를 건네준다. 알랭은 망설이던 끝에 문을 연다. 그러나 거기에 리즈와 콜라스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란다. 콜라스가 가버린 줄 알았던 시몬느는 더 놀란다. 두 사람은 시몬느에게 용서를 빌고 결혼을 승낙해 달라며 애원한다. 알랭과 그의 부친은 격노하고 시몬느는 하는 수 없이 결혼을 승낙한다.
영국 발레의 아버지, 프레드릭 애쉬튼(Sir. Frederick Ashton, 1904-1988)
에콰도르에서 태어나고 페루에서 성장한 프레드릭 애쉬튼은 남미 순회 공연 중인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na, 1881-1931)를 본 뒤 발레에게 매혹당해 1921년 영국으로 건너가 발레 수업을 받았다. 영국 발레계의 시초이자 창시자인 메리 램버트(Mary Rambert)는 그의 재능을 확신했지만,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겠다는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발레를 너무 늦게 시작한 사실을 그에게 인지시키고 안무 쪽으로 꿈을 바꾸기를 조언해주었다.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의 첫 안무 작품인 <유행의 비극, 1926년작>은 엄청난 대히트를 쳤다. 그 후 10년간 그는 메리 램버트를 위해 20여 편에 달하는 발레 작품을 안무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그가 정의하고 다듬어 완벽하게 세련시킨 부드럽고 유연한 영국 발레 스타일의 정수가 된다. <고집쟁이 딸>은 공연 때마다 관객들이 극장이 떠나가도록 웃게 만드는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이다.
국립 발레단의 공연이 기다려진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발레 작품이었는데 DVD로 밖에는 보지 못했다. 이 작품의 제일 레전드는 레슬리 콜리어(Lesley Collier)와 마이클 콜먼(Michael Coleman) 버전이다. 그 DVD를 마르고 닳도록 보다가 요즘은 그들의 후배인 마리아넬라 누네즈(Marianela Nunez)와 카를로스 아코스타(Carlos Acosta) 버전의 DVD를 가끔 보고 있는 중이다. 귀족이나 요정이 안 나오는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이다. 발레를 처음 보는 사람도 작품에서 느껴지는 해학적 느낌과 전원적인 분위기 그리고 순간 순간 코믹적인 요소가 많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이 한 차례 이 작품을 공연했다니 나는 몰랐다. 어째서 그걸 놓쳤는지 나도 모르겠다. 올해 6월달에 공연 예정인데 아직 출연진은 확정이 안 되었는지 올라오지 않았다. 지금 <주얼스> 공연 준비로 바쁜 모양이다. 출연진이 확정되면 꼭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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