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춤은 무엇인가
살풀이 춤의 사전적 정의는 무속(巫俗)에서 유래한 제사 의식의 성격을 가진 춤이다. 무녀(무당, 巫堂)들이 재앙과 나쁜 기운을 없애달라며 추는 즉흥적인 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도살풀이 춤' 또는 '허튼춤'이라고 한다. 원래는 '수건춤' '즉흥춤', '산조춤'이라는 이름의 수건춤이었으나, 춤꾼 한성준이 1903년에 극장 공연에서 '살풀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살풀이춤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조선시대 말기, 신분제의 폐지로 인해 무인(巫人)들이 무업을 버렸는데 그중 일부가 기방으로 모여들면서 감상을 위한 예술춤으로 정착되었다. 그 후 근대화를 거치며 장르화 되었다. 중요 무형문화재 97호로 국가로부터 보존 대상으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살풀이춤 내용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재앙과 나쁜 기운을 없애고 풀어내는 내용이다. 예로부터 그 해의 재앙과 나쁜 기운을 풀기 위하여 굿판을 벌이고 춤을 추어왔으므로 무속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여지나, 무속의 형식이나 동작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고도로 예술화된 기예적 양상을 보인다. 내재된 심성은 깊은 슬픔 즉, 한(恨)이지만 단순히 슬픔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지 않고 환희와 신명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이중 구조의 인간적 감정을 표현한다. 따라서 한의 감정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승화의 길로 접어든다. 감정이 마음에 맺히고, 삭히고, 움켜 안는 등의 소극적인 정서와 포용하고 풀어내고 떨쳐내는 적극적 정서가 서로 교차하며 발전해간다.
살풀이춤 음악
현재는 나쁜 기운을 풀어내는 제의적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살(나쁜기운, 재앙) + 풀이 + 춤'의 연결이 아니라 '살풀이 + 춤', 즉 '살풀이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라는 해석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 춤을 '남도 무속(巫俗) 계열의 춤'이라 말하는 이유는 남도 무악(巫樂)인 남도 시나위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시나위'는 무의식(巫儀式)에서 사용될 때 살풀이, 도살풀이, 동살풀이, 불림, 진양, 안진반, 덩덕궁이, 신임(대탁놀이) 장단 등이 쓰이고 춤 반주로는 살풀이, 덩덕궁이 장단이 주로 쓰이지만 현재 감상용으로 정착된 살풀이춤의 음악은 일반적으로 살풀이 장단이나, 굿거리 장단으로 시작해 자진모리 장단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띤다. 연주하는 악기는 삼현육각 가야금 장구 피리 대금 해금 북 등을 사용한다.
남도 시나위는 상당히 짙은 색깔과 화려한 가락에 애조 띈 계면조의 선율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남도 시나위 가락을 '살풀이'와 같이 느린 장단에 맞추면 구슬픈 느낌을 주게 되며 '자진모리'와 같은 경쾌한 장단에 얹으면 화려한 음색이 돋보이면서 밝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살풀이춤이 한(恨)에서 신명으로 승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음악적 구조와 관계가 깊다.
의상 및 도구
춤꾼은 동백기름을 바른 고운 쪽머리에 비녀를 꽂고 백색의 치마 저고리를 입는다. 꼭 백색만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색과 무늬가 있는 한복은 지양한다. 멋스러움과 감정을 한껏 드러내기 위해 하얗고 얇은 명주 수건을 들고 살풀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 수건의 길이는 무려 2미터다!
살풀이춤 사위(동작)
한국무용에서는 무슨 동작이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고, '사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원래는 민속춤의 용어로써 춤의 기본이 되는 낱낱의 일정한 동작을 말한다. 궁중 무용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으나 근대화 이후 한국 전통 무용의 동작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가 되었다. 발레로 대표되는 서양 춤과 한국무용의 다른 점은 각각의 동작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다. 발레는 팔과 다리가 대부분 바깥으로 향한 채 움직여야 하지만 한국무용은 그 반대다.
발레와 반대되는 한국무용의 특징을 바탕으로 휘젓는 사위와 뿌리는 사위 그리고 모으는 사위가 있다. 휘젓는 사위는 수건을 든 손을 둥글게 휘돌려서 틀어 엎는 동작을 말한다. 뿌리는 사위는 수건을 든 손을 어깨 위나 머리 위에서 뿌리는 동작이다. 마지막으로 모으는 사위는 두 팔을 아래로 내려서 모으는 동작이다.
살풀이 춤을 출 때 하체 사위는 원자세가 기본이다. 원자세란, 오른발과 왼발을 45도 벌리고 서며 모든 춤의 처음과 끝에 사용되는 사위이다. 두 번째로는 드딤세가 있다. 원자세에서 왼발의 뒤꿈치로 디뎠다가 앞으로 중심을 옮기면서 발뒤꿈치를 위로 올리는 자세이다. 마지막으로 도듬세가 있다. 한 발을 옆으로 들어서 발끝을 땅에 디뎠다가 양발의 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천천히 내리면서 원자세로 돌아오는 사위다.
특징과 의의
오늘날의 살풀이 춤은 다양한 전승 유파가 존재한다. 유파의 특징을 구분하는 요소는 지역적 특성과 어떤 스승한테서 배웠는가이다. 현재는 지역을 기준으로 중부류와 호남류 및 영남류로 나눈다.
궁중과 인접한 경기&충청 지역이 속한 중부류의 춤은 품격이 높고 멋이 있으며 절제미가 느껴진다. 중부류의 살풀이 춤은 한영숙류와 김숙자류가 있다. 20세기 이후 근대 극장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은 한영숙류 살풀이 춤은 그녀의 조부인 한성준의 영향으로 남성적인 담백함과 고고한 자태미(美)를 지니고 있다. 극장 무대를 주요 연행 공간으로 활동함으로써 일면의 감상 공간을 의식한 춤사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너른 무대 공간의 여백을 채우는 사선과 직선의 춤사위가 발달해 있고 절제되고 단아한 균형미를 보여주는 동작과 동선이 발달해 있다. 한영숙류의 살풀이 춤은 귀족적인 멋이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전통적인 굿판에서 전승된 김숙자류의 살풀이 춤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경기도 도당굿에서 유래된 춤이다. 도당굿의 여덟마당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뒤풀이 성격으로 추는 민속춤이다. 의상은 치마를 허리에 돌려 매며 무속의 도살풀이에 쓰이는 긴 명주 수건을 사용한다. 춤 진행 중간에 고개를 끄덕이는 목젓놀음의 기교를 보이거나 허리를 깊게 굽히고 호흡을 툭 떨어뜨리며 움직임을 멈춘 채 장단을 먹는 사위 등을 보여 토속적이고 예술성이 강한 춤임을 증명하고 있다.
호남류에 해당하는 살풀이 춤으로는 이매방류와 최선류가 있다. 판소리와 시나위, 육자배기, 농악, 무악(巫樂)등 다방면의 음악 문화가 꽃을 피운 호남 지역의 살풀이 춤은 다채로우면서도 깊은 춤사위의 맛을 지니고 있다. 호남류는 '권번'에서 전승된 사실이 확인된다. 어려서부터 권번에서 춤을 배운 이매방은 여성적인 기방계 살풀이 춤의 교태적 춤사위를 표출한다. 오늘날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고도로 다듬어진 뛰어난 기교의 전형적인 기방 예술 춤으로 인식되었다. 권번 기생의 춤은 주로 좁은 방 안의 공간에서 이루어졌기에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춤사위를 보여주며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원형적인 춤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매방이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이대조라는 사람이다. 그의 영향으로 이매방류 살풀이 춤은 활달하고 파워 있는 춤사위 또한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여성의 교묘하고 화려한 매력과 남성의 민첩하고 역동적인 이중적인 멋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것이 이매방류의 특징이다.
최선류 살풀이 춤은 여성적인 곡선과 섬세한 멋이 많으며 깊이 가라앉는 호흡으로 한(恨)풀이를 하듯 추는 것이 특징이다. 어깨에 바위를 들쳐 메듯이 무거우면서도 엇가락으로 어깨춤을 멋지게 보여주는 춤사위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매방의 살풀이 춤이 교태가 있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여성미를 표출한 것이라면 최선의 살풀이 춤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듯한 내면적인 정서를 섬세하고 활달한 표현으로 구사한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영남류는 지리적으로 웅장한 산세의 영향을 받아 춤 역시 폭이 넓고 동적이며 굵은 선과 넘치는 힘을 보여준다. 타 지역에 비해 춤의 종류가 많고, 흥겹고 멋스러우며 투박한 춤사위가 특징이나, 고풍스럽고 우아한 미도 표출된다. 대표적 춤꾼으로 권명화 예인이 있다. 권명화의 춤사위는 발 디딤새와 손놀림에서 강직하고 투박한 경상도 춤만의 미를 보여준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많이 굽히며 직선적인 동작들과 시원스러운 팔 동작에 큼직한 발 디딤새를 연출한다.
소중히 여겨야 할 한국 전통 무용
사람들은 한국무용과 한국 전통 무용을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조금 의미가 다르다.
한국 무용은 하나의 넓은 카테고리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한국 무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한국 전통 무용과 한국 창작 무용이 속해 있는 것이다. 전통 무용에는 살풀이춤, 부채춤, 탈춤, 승무, 한량무 등이 있다. 창작 무용은 말 그대로 창작한 무용이다. 다만 현대무용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한국 창작 무용은 1920년대 이후 서양춤에 자극받아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된 한국 무용을 일컫는다.
한국 무용이 발전하려면 창작 무용뿐만이 아니라 전통 무용도 많이 소비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우리나라 무용 저변은 지극히 한정적으로써 발레가 그나마 대중적으로 소비가 잘 되는 편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한국 전통 무용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한국 창작 무용은 즐겨보는 편이었다. 발레와는 또 다른 자유스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창작 무용도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한다. 전통을 무시하면 창작도 언제가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나라도 전통 무용을 공부하면서 유튜브 등으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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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번' : 일제강점기 시대에 기생들의 활동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았던 일종의 상업 조직을 말한다.
장단 : 국악에서 장구나 북 같은 타악기로 일정한 리듬형을 반복하여 계속 치며 반주를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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